김천 고성산 정심사 대웅전/황악신문

[김천=황악신문] 김천시 남산동 고성산 중턱(해발 482m)에 자리한 정심사는, 시민들에게 ‘호랑이 절’로 널리 알려진 도량이다. 한눈에 김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와 더불어, 이곳은 치유와 기도의 공간으로 세월을 품고 있다.

정심사의 시작은 1940년대 초 무속신앙을 뿌리로 출발했다. 이곳은 6.25 전쟁을 겪으며 병자와 피난민을 돌본 터전이었다. 특히 설립자인 김해옥 할머니는 손수 터를 닦고 절을 세우며, 가난하고 병든 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기도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후 정영목 스님이 1984년 법통을 이어받아 사찰을 정비하고 신도들과 함께 참선과 자비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정심사 호랑이굴/황악신문

■ 호랑이굴 전설, 신앙의 중심으로 살아 숨 쉬다

정심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단연 ‘호랑이굴’이라 불리는 신비한 동굴이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실제 호랑이가 출몰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정심사에 머물던 스님은 1980년대 중반, 눈 덮인 산자락에서 커다란 호랑이 발자국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84년도, 85년도 즈음이었어. 눈이 많이 오고 나면, 저 위에 호랑이 발자국이 딱 있었지.”

사람들은 “굴에 호랑이 영이 머물러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지켜본다”고 믿어 왔다. 이 신비한 굴에서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지 못한 부부가 아들을 낳는다는 ‘득남기도’ 영험이 전해지며, 정심사는 불임 극복의 도량으로 입소문을 탔다.

영목 스님은 “딸 다섯 낳고 아들 하나 못 낳은 여인이 여기서 기도하고 아들을 낳았지. 지금은 병원 원장 된 이도 있고, 교수도 있어. 전부 여기서 기도한 덕분이라 하더라고.”

실제로 정심사에서 기도한 후 자녀를 얻고 출세한 이들 중에는 대형병원장, 교수, 기업인 등도 여럿 있으며, 그들의 후손들은 여전히 절에 등을 보내온다고 한다.

정심사 호랑이굴 앞에서 바라본 김천시 전경/황악신문

■ ‘호랑이 절’의 이름과 전설

정심사의 ‘호랑이 절’이라는 별칭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대웅전 옆 산신각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호랑이상이 이를 상징한다. 지역 전설에 따르면, 이 일대는 과거 실제 호랑이가 서식하던 곳으로, 김해옥 할머니가 직접 들짐승을 쫓아내고 신도들의 안식을 위해 굴을 닦아 기도처로 삼았다고 한다.

“여긴 원래 위험한 곳이라 사람들이 안 갔지. 근데 할머니가 ‘호랑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며 굴을 열고 불공을 드렸어.”

정심사 현판/황악신문

90세 노인들에 따르면 호랑이가 바위 상 위에 앉아 눈에서 불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호랑이굴 우측면에는 산신이 이불을 들고 누워 있는 형상의 얼굴이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굴 안에는 지금도 삶의 희망을 비는 초와 연등이 끊이지 않고, 매달 초 6일에는 산신제가 열려 조상과 영혼을 위로하는 제의가 이어진다.

절집에 핀 수국/황악신문

정심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전쟁과 가난, 질병과 고통 속에서 사람을 살리고, 삶의 기적을 이끌어낸 현대의 성지다.

호랑이의 기운이 잠든 굴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또 누군가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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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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