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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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일이 이마까지 차올랐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비번을 내려놓고

퇴화된 더듬이 뻗어 벽화 한 폭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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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에 묻혔어도 향이 되고 싶었을까

끊어진 기억 뒤로 산도 다 돌아앉았는데

모진 삶 등피를 말아 밀어 올린 묵란 한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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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었다 지는 꽃에 승과 속이 따로 없다

직지사 범종 소리가 별이 되던 그날 밤

할머닌 미소를 풀어 생의 경계 지우더라

엊그제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요양병원으로 가셔야 할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서 3년을 사시다가 가셨다. 그동안 우리는 병원 침대와 가정용 산소 발생기를 갖추고 장모님과 동고동락을 했다.

장모님의 병명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고혈압, 당뇨, 간경화에 신장과 심장, 폐까지 좋지 않았다. 가끔 간성 혼수에 빠지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장모님은 우리와 생활하면서 스스로 삶을 정리하셨다. 걸음걸이가 불편해지면서 식음을 줄이기 시작하셨고, 가끔씩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셨다. 자식들을 배려하고, 자식들의 모습을 가슴에 담아두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밤하늘 별이 되신 장모님, 장모님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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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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