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룡/칼럼니스트

-노하룡(칼럼니스트)

하루에 한 번 쯤은 거울을 보기 마련입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나 옷맵시 등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니까요. 누구나 거울 속에 비친 대상이 가짜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거울은 있는 현상 그대로를 비춰준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만약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에게 그러한 믿음이 있었다면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엉뚱한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요. 오늘 날 자신에게 애착을 가진다는 뜻으로 통용되는 ‘나르시시즘’이라는 말은 나르키소스의 영어 이름은 나르시서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대상과 거울 사이에 믿음이 존재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의 주체는 거울에 투영되는 ‘나’일 수 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은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아기를 ‘거울단계’의 모형으로 제시하며, 이 시기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신과 완전히 동일시 하는 주체 형성의 원천이 된다고 말합니다. ‘보여짐’을 모르고 ‘바라봄’만이 있는 나르키소스와 유사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보여짐’과 ‘바라봄’의 관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보여짐’을 모르는 ‘바라봄’만이 있는 일방적 관계를 이른바 절대적 자아, 나르키소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여짐’과 ‘바라봄’의 상호관계를 인정한다면 상호의존적 자아가 만들어집니다. 멜로드라마를 나오는 ‘내 안에 너 있다’ 대사처럼 말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보여주는 ‘너’ 안에 있다는 진솔한 고백처럼 황홀하게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보여주는 ‘너’와 바라보는 ‘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거울은 사랑의 대상입니다. 사랑은 믿음의 대상입니다. 이처럼 거울은 사랑과 믿음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울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희노애락을 같이하는 대상으로 연결됩니다. 끼리 끼리 논다는 뜻을 담은 유유상종(類類相從)처럼 내 주변을 둘러싼 주변인 속에 ‘자신의 실체’가 있습니다. “‘나’는 타자가 불러주는 이름 속에 있다”는 루이 알튀세르의 말처럼 말입니다.

지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그 안에서 현실의 자신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입 밖에 나오는 그 무수한 말들의 파편들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거울을 닦으시기 바랍니다.

거울은 보여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들려짐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제 얼굴에 묻은 흉은 보지 못하고 남의 얼굴 탓만 한다면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유아처럼 바라봄만으로 만족하는 나르키소스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거울 속에 상대를 존중하는 배려가 있기 바랍니다. 상대를 포용하는 사랑이 있길 바랍니다. 혹여 잘못된 권력욕이 그 속에 박혀 있다면 그 거울은 깨어진 거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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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취재국장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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