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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 아야마을(국사1리) 400살 회화나무...“죽음의 계절을 이기고 꽃으로 세상을 밝힌 불사신”[7]
  •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 승인 2023.07.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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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 아야마을 400살 회화나무의 여름
아포 아야마을 400살 회화나무의 겨울/황악신문

지난 겨울 바람이 차가운 어느날 아포의 노거수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짧은 겨울의 해가 벌써 넘어가 살짝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날의 마지막 노거수를 찾아 아야마을 회관에 차를 세웠다.

350살의 당산나무가 있다기에 가슴은 기대로 부풀었다. 마을회관 앞에 차를 대고 좁은 길을 걸어 들어가다 너무나 쉽게 나무를 만났다

하지만 나무의 상태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비참했다.

큰 가지 하나는 태풍에 부러졌는지 떨어져 폐가에 처박혀 있고, 시멘트에 묻혀 목숨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병들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아야리 회화나무의 여름/황악신문
아야리 회화나무의 겨울/황악신문

아포읍에서 유일하게 동제를 지내는 동네가 아야리라고 들었다. 당산나무면 이 마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고,예전 같으면 부러진 가지조차 함부로 만지지 못하는 성스러운 나무였을 것이다.

어둠이 뉘엿지는 시멘트 담벼락 위에 마지막 남은 가지 하나 걸치고, 수명이 다해가는 선비나무의 처참한 모습은 눈물겨웠다.

이렇게 살아갈 바엔 차라리 모진 목숨을 거두는 것이 이 마을 조상들이 대대로 복을 빌고 신성시해오던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져 했었다.

아야리 회화나무의 여름/황악신문
아야리 회화나무의 겨울/황악신문

여름이 기승을 부리는 오늘 다시 국사1리(아야) 회화나무를 찾았다. 놀랍게도 다 죽어가던 가지에는 처음 보는 꽃으로 가득했다.

떨어진 꽃잎들이 노랗게 길을 덮었다.

400살이 다 되어 썩어가는 나무에 주렁주렁 가득히 핀 꽃망울들이여!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 이렇게 모진 목숨을 태우며 세상을 향해 희망을 선사하는 위대한 나무의 사랑이여! 힘이여!

힘주어 팔 벌려 선 그 당당함에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절집의 중심에 자리한 비로자나불처럼 신성했다.

위대한 나무는 神과 동격이라 믿었던 조상들의 DNA가 몸속에서 꿈틀거렸다.

400년의 세월 앞에 부서지는 몸통의 조각들은 지난 겨울처럼 여전한데 이 거룩한 당산나무는 아직 죽지 않았노라고 외치고 있다.

한때는 국사리와 아포국의 번성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숭배와 기도의 대상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시멘트 길 옆에 간신히 목숨을 보존하는 처지로 전락했지만 전신의 에너지를 모아 인간들에게 마지막 은혜를 베푸는 것이리라.

노거수에 나이에 대해서는 신 외에는 모른다. 나무가 오래되면 베어서 나이테를 확인해 보기 전엔 정확한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없다.

나무의 크기와 굵기,가지와 옹이,수피 등을 보면 대략적인 나이는 추정할 수 있지만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정확한 기록이 없다면 그렇다. 사실 기록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회화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고가나 서원,궁궐,사당등에 식재되어 있다. 선비들이 좋아해 학자수란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야리 회화나무/황악신문

열매는 괴각이라 해서 강장.지혈,토혈 등에 약재로 사용했다.

목재는 가구를 만들고 잎은 사료, 꽃봉오리는 괴화로 고혈압과 치질,치루 등의 치료에 요긴하게 썻다.

회화나무는 모든 것을 인간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인간도 회화나무를 소중히 여겨 중요한 장소에 심어 사랑했고,나이가 들면 경외를 담아 섬겼다.

국사1리의 당산 회화나무도 긴 세월 대대로 마을의 평안과 자식의 출세를 비는 많은 기도를 들어주었리라.

세월의 물결속에 그 믿음은 천시받고, 서양의 신문물이 들어오면서 미신이 되어 내팽개쳐 치고, 새마을 운동으로 동네에 시멘트로 길이 덮이고 담이 생기면서 이제는 나이들고 호흡마져 가파졌다.

마을을 덮으며 균형을 잡던 큰 가지 두 개는 부러지고, 작은 가지로 힘겨운 수명의 싹을 틔워보지만,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나의 얄팍한 상상을 나무는 여지없이 깨버렸다.

처음 달성 신씨들이 독골에 자리잡고 살다가 임진왜란에 동네가 사라지고, 1650년 인조때 영월신씨 신성락이 강릉에서 이주해 이 마을을 개척했다. 아마 그 때 이 회화나무를 심었을 가능성이 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아포면이 생길 때 면사무소가 이 마을에 생겨 1958년까지 아포의 면소재지로 행정의 중심지였다.

아야리 회화나무의 여름/황악신문
아야리 회화나무의 겨울

 

아포의 주산인 국사봉의 정기를 받은 읍의 중심지인 국사리를 지켜온 아야리의 당산 회화나무의 겨울모습은 너무나 초라했지만 여름은 정말 화려하다.

너무나 극적이라 글로 이루 표현할 수조차 없다.

사람이나 나무나 때로는 모진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 평안한 죽음보다 더 슬플 때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다시 회화나무를 만나보니 너무나 헛되고 잘못된 생각이었다.

인간은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넘기면, 다시 꽃피는 계절이 오는 것을 증명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에 더 적합하다.

회화나무 꽃길/황악신문

아야리 회화나무가 언제까지 존재할지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쓰는 나보다는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무의 내력을 잘 모르는 사람과 차들이 힘겹게 피워낸 꽃잎들을 밟고 지나가더라도 위대한 당산나무는 무심히 그들을 위해 사랑과 축복의 꽃비를 내려 줄 것이다.

온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황악신문 #아야리 회화나무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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