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김석인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무엇이 만져질까, 내 삶을 미분하면

응어리 너무 많아 움찔하는 양미간에

퇴화된 꿈의 고갱이

풍경으로 울고 있다

산벚꽃 바라보다 산벚꽃이 되는 봄날

노루잠 눈을 뜨고 열반경을 좔좔 왼다

날마다 드나들었는지

문지방이 닳아 있다

옹두리 다듬으면 무슨 빛깔 무늬 될까

흩어진 햇살들이 실눈을 뜨는 시간

천년 더 공명할 몸짓

잠언으로 스며든다

- 김 석 인 (1960~)

이 시조의 모티브는 부석사의 무량수전이다. 영주에 있는 부석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되고, 고려시대에 중창된 고려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사찰이다. 부석사의 중심 전각은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는 무량수전이다. 이 전각은 정면 5칸 측면 3칸 팔작지붕으로 주심포 양식이고 배흘림기둥이다. 배흘림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쓰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한 기법이다. 구조상의 안정과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해 쓰였는데, 봉정사 극락전, 수덕사 대웅전, 강릉 객사문 등에서도 배흘림 양식을 볼 수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 이르려면 아홉 단의 석축 돌계단을 넘어야 하는데, 이는 극락세계 9품 만다라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석축을 오르다 보면 높이에 따라 보여주는 전경이 다르다. 깨달음의 수준에 따라 보이는 세상이 다르듯이.

5개의 국보와 9개의 보물을 품고 있는 부석사. 부석사 가는 길에 사과꽃이 피었을까. 무량수전을 찾아가서 내 수준에 맞는 세상을 보고 싶다.

시조시인.백수문학제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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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기자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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