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성 (감성스토리교육원 역사강사)

1975년 5월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인도를 기점으로 동쪽, 즉 동아시아에는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이 서로 힘의 균형을 맞춘 것과 닉슨 독트린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쟁 대신 억제’ 정책으로 변화한 미국의 외교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이후 모든 물산이 풍부한 중국이 엄청나게 큰 덩치와 역사적 무궁무진함을 바탕으로 대약진해서 오늘날 미국과 영향력을 나란히 하는 또 다른 강대국으로써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진 일본은 정권교체를 거부하고, 자민당의 극우정권이 계속해서 20세기 초 침략의 역사를 스스로 합리화하는 어리석은 자구책을 써서 비판적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그래서 아주 중요하다. 강력한 중앙철권통제정치가 판을 치는 동아시아에 거의 유일한 “자유민주주의국가”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그 역할이 값을 매길 수가 없을 정도다. 생각해보라. 일본은 자민당과 아베총리가, 중국은 공산당과 시진핑이, 북한은 김씨왕조가 해당 국민들에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인 충성심만을 강조하는 현실이다. 동남아시아 중 싱가포르는 혁명당이 52년째 장기집권하고 있고, 태국은 왕이 존재하고,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로 발전은 했으나 고질적 부정부패에 허덕이고 있으며, 필리핀과 미얀마 역시 낮은 경제력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머지는 거의 공산주의국가이며, 타이완은 국제관계에서 고립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아직은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존재는 가히 기적적이다. 대외관계도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할 정도로 양호하고, 경제에서도 1인당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시민들이 나서서 부정부패한 정권을 타도하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했으며, 문화적으로도 이 동아시아에 “한류”라는 획기적 상품을 내놓아,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는데 성공했다. 민주적 문재인 대통령과 권위주의적 시진핑 주석의 만남은 그래서 너무나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 만남을 보며, 난 1762년 양력 7월 억울하게 저 세상으로 간 사도세자(후일 장조로 추존)를 떠올린다. 그는 15살이 되던 1758년부터 영조를 대리해 13년 동안‘대리청정’을 했다. 그에게 다가온 가장 큰 국가적 과제는 바로 ‘자주국방력 강화’였다. 청나라가 1636년에 인조에게 삼궤구고두의 치욕을 주었고, 왜적들은 그 보다 앞서 임진정유왜란에서 우리백성들을 그렇게 짓밟았으니, 사도세자는 늘 “진정 평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외적의 침입에 두 번 다시 조선이 당하지 않도록 국방력을 강화해 전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라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 이것이 효종 현종 숙종 경종의 흐름에서 이어지는 북벌론이다.

항상 북한과의 관계를 중하게 여기면서, 남한과의 관계도 함께 건지겠다는, 2개의 한국 정책을 펴는 중국과 일본, 그들의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한민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가져가고 있는 미국, 그러므로, 문재인대통령의 방중 행보의 목적은 당연히 사도세자의 자주적 국방론에 따라야 한다. 야구선수들에게 통하는 격언이 있다. 홈런을 치려고 연습해야 실전에서는 안타라도 나온다는 것, 북한핵문제, 사드문제 등에서 우리 대통령은 절대 평화주의적 접근법으로 시진핑을 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주국방을 강하게 외쳐야 한다. 국민이 만들어준 대통령이다. 진정 한반도의 평화와 그에 기인한 통일을 원하는가! 역사 속에서 떠올린 사도세자의 자주국방론이 그래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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