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날씨가 점점 차가워진다.

몇일 전 입동(立冬)도 지났으니 사실은 겨울의 문턱을 넘어선 셈이다. 설악산에는 이미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따스했던 날씨 탓에 고개를 내밀고 씩씩하게 올라오던 봉숭아들이 찬바람이 불자 이틀 만에 그만 모두 고개를 숙이고 시들어버렸다. 어제는 옥상의 작은 텃밭을 위해 늘려 놓았던 물호스도 걷었다. 이제 배추와 무우 십여 포기씩만 남아 한창 크고 있다. 거리에는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날려 뒹군다.

오래전에 인연이 있었던 ‘김천황악신문’의 편집장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난 6월 경 인터넷 신문을 창간했음을 알았다. 서로를 어지간히 아는지라 작은 칼럼난을 할애해 주셨고, 나로서는, 비록 노마(老馬)가 되었지만, 지나온 길을 곱씹어보면서 남은 날들을 재어볼 기회를 갖게 되어 사실 무척 고마운 마음이다. 사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신문을 키워가는 편집장의 역량과 용기와 인내가 부럽기만 하다.

첫걸음을 어떻게 뗄까?

앞으로 연재하게 될 나의 글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과 마음가짐을 밝혀야겠고, 아무래도 ‘김천황악신문’에 대한 나의 바람을 실어야겠지. 해서 편집장과 상의하면서 괜스레 며칠을 설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글의 길이나 내용이나 흐름 등, 글에 관한 모든 것을 필자에게 일임하겠다고 해서.... 사실 글발의 폭이 많이 넓어진 셈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칼럼의 이름을 ‘영적(靈的) Odyssey’ 로 정하였다. ‘영적(靈的)’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종교적인 냄새를 걸러내야겠고, ‘Odyssey’라는 말에서는 좌충우돌하는 방랑자라는 뜻만을 취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환필(桓筆) 한재규 전 명지대 교수가 그려준 필자의 캐리커쳐(caricature)를 필자의 상징물로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 그림 속에는 필자와 비스무리한 인물이 학창의(鶴氅衣)를 입고 서있고, 오른 손에는 ‘상고사(上古史)’라는 두꺼운 책을 한 권 안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두 마리의 학(鶴)이 노닐고 있으며, 그림의 우측 윗편에 ‘인잠우상(鱗潛羽翔)’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아마도 필자의 이미지와 관심분야, 그리고 나에 대한 교수의 바람이 담겨 있으리라.

어찌 우연이라 할 수 있으랴.

칼럼의 이름과 캐리커쳐에는 필자의 옛 그림자와 현재의 살림살이, 그리고 미래를 그려보는 꿈이 담겨있다. 그렇게 조금은 다른 색깔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가면서, 이에 빗대어 ‘김천황악신문’라는 인터넷 매체와 주변에 대한 나의 바람도 하나씩 읊어보자꾸나.

그래, 지금 나는 여태 살아온 날들보다 이제 남은 인생이 더 짧은 어디인가에 머물고 있지 않나. 마치 지금이 일 년 중 겨울의 문턱을 넘고 있는 즈음인 것처럼... 문고리를 잡고, 문 밖을 돌아보면서 따뜻한 방 안으로 들어가보자.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멋을 부려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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