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많은 화제를 뿌리고 끝이 났다. 투표 전에 여러 사람들에게서 선거결과 예측을 들었다. 대다수 야당 승리에 부정적이었다. 유시민이 180석을 얘기하고, 박형준 미통당 선대위원장이 100석도 어렵다고 할 때만 해도 설마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유시민은 어떻게 정확하게 결과를 예상했을까? 현대판 점쟁이보다 더 낫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국민에게 심판당했고, TK는 정권을 심판했다.

선거결과를 취재하던 과정에 사진 한 장을 입수했다. 율곡동의 사전투표 결과였다. 그 결과를 보고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통합당 송언석 후보와 민주당 배영애 후보가 2,514표로 수치가 같았다.

송의원의 당선 인터뷰를 취재하고 집에 와서 최근 치러진 선거의 율곡동 자료를 선관위에서 출력했다. 먼저 지난 2017년 5월9일 제19대 대선자료를 살펴보았다. 그 당시 율곡동이 경북에서 유일하게 섬처럼 민주당 우세지역이라고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율곡동은 투표자수 9,461명중 4,764명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지지율은 50.24%를 기록했다.

2018년 6월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출마하진 않았다. 다만 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은 투표자 8,903명중 15.07%인 1,342명에 불과했다.나머지는 무소속이 나눠 가졌다.

함께 치러진 도시자 선거에서 민주당 오중기 후보는 총 5,674표를 얻어 지지율은 63.73%에 달했다. 반면 한국당 이철우 후보는 오중기 후보의 반도 안되는 2,088표에 불과했다.

도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배영애 후보가 5,736표를 얻어 2,840표를 얻은 나기보 의원을 따돌리고 64.38%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시의원 선거에서는 김동기 민주당 후보가 4,082표를 얻어 45.83%로 김천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런데 2년여가 채 지나지 않은 21대 총선에서는 유효투표자수 9,407표중에 송언석 통합당 후보가 52.43%를 얻어 900여표 차이로 배영애 후보를 눌렀다.

처음 입수한 사진과 조금 다르게 선관위의 사전선거투표 공식 결과는 12표 차이로 송언석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와있다.

송언석 후보는 율곡동의 3개 투표소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 동안 혁신도시 유권자의 투표성향을 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제1투표소에서는 365표차로 이겼다.

제2투표소에서는 송언석 후보가 228표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제3투표소의 승리도 송언석 후보의 몫이었다. 254표차로 송후보가 이겼다.

율곡동 주민들의 투표성향이 일시적으로 바뀐 것인지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인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하지만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만은 확실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얘기들이 있다. 첫째는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혁신도시의 한전기술이 타격을 받은 것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민노총 소속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돌아온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고통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현직시장의 입당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이 투표결과에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것은 추정일 뿐이다. 율곡동 주민들의 내심의 의사를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이런 투표성향이 지속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2년여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에도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먼저 시장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직시장의 입당 프리미엄이 투표결과에 반영된 것이 확실하다면 공천과 관련해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요즘 차기를 생각하는 시장 후보들의 움직임이 부쩍 늘어나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고 호사가들은 말하고 있다.

시의원 선거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인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몰표를 던져 김천 최고 득표율로 당선시켜 준 주민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민주당이라는 타이틀만으로 당선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리되면 율곡동의 시의원 선거구도는 더욱 복잡다단해 질 가능성이 높다.

한때는 경상도의 섬이라고 불릴정도로 야성이 강했던 율곡동의 선거형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된다. 그 향방에 따라 다음 선거부터는 더 많이 고려하고 계산해야 할 복잡한 선거 수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천황악신문 #율곡동 선거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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