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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미숙으로 일어나는 일들
  • 김천황악신문
  • 승인 2019.12.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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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샘 (프리랜서 기자.워싱턴 D.C거주)

모 탤런트가 미국에 와서 겪은 일을 잡지를 통해 일고 웃은 적이 있다. 친척집에 기거하면서 이민 2세인 조카들에게 북어 국을 끓여 주고 싶어서 ‘북어 국 만들어 줄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탤런트는 아이들의 설명을 듣고야 표정이 일그러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우거는 코딱지라고 한다. 코딱지 국을 끓여 먹자니 아이들이 놀랄 수밖에...

영어를 잘 몰라서 혹은 발음이 시원치 않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어느 학생은 학교에서 주차를 잘못해 파킹 티켓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파출소로 달려가 자기 차에 파킹 티켓이 붙어 있다고 말하자 경찰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P 발음을 했어야 하는데 F 발음을 해버린 것이다. Fucking은 남녀관계를 뜻하는 저질스러운 욕이다.

어떤 분은 한국 농촌에서 갓 이민 온 아줌마를 점원으로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채용한 적이 있다. 그녀는 영어를 전혀 모른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핫 어택(Heart attack. 심장마비)에 걸렸다고 말을 하자, 그녀는 이 기회에 영어 한마디 배웠다고 머리에 담아 두었다. 어디가 아프면 핫 어택에 걸렸다고 말하면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느 날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서 오징어를 가지고 왔다. 오랜만에 보는 오징어가 미치도록 맛이 있어서 단숨에 대여섯 마리를 먹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주인에게 지난번에 배워 둔 영어를 써먹었다. “어제 밤에 오징어를 너무 많이 먹어서 턱뼈가 핫어택이 걸려버렸어요.”

영어는 생각보다 어렵다. 언젠가 교수가 미국 속어 사전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우리 나라의 커다란 백과 사전 크기에 깨알 같이 박혀 있는 것이 모두 속어들이다. 속어만 해도 저 만큼인 영어에 그만 딱 기가 질려버렸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실 만큼. 단어도 엄청날 뿐 아니라 발음도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전화로 불러 주는 것들이 우편물로 오는 것을 보면, 내가 말했던 단어가 전혀 아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분명하게 발음을 하려 해도 도대체 알아듣지를 못한다. 한국에서 혀가 굳은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미치겠다고 말을 한다. 미국 사람들은 듣는 귀가 틀리다는 말을 듣는다. 하긴 그렇기도 한 것 같다. 우리는 개가 짓는 것을 멍멍이라고 표현하는데, 미국 사람들은 바우바우라고 표현하고, 돼지가 소리 내는 것을 우리는 꿀꿀이라고 표현하는데 미국 사람들은 오잉크오잉크라고 표현한다. 아무리 들어도 돼지가 소리지를 때 우리 귀에는 오잉크로 들리지를 않는다. 꿀꿀을 오잉크라고 듣는 사람들하고 대화를 하려니...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리돈도 비치가 있다. 해변이 아름답고 상가가 발달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곳에는 한국 횟집들이 있어, 한국에서 관광 온 사람도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다. 한국 횟집의 대표적인 음식은 스톤 크랩이다. 창 밖으로 넓게 트인 바다를 보며 커다랗고 딱딱한 게를 나무 망치로 깨먹는 맛이 일품이다.

어느 날, 무언가에 눌린 듯한 답답한 마음을 가까이 지내는 데이빗네 식구와 함께 느낀 적이 있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바닷가로 데리고 가서 식사를 함께 하고 싶었다.

“데이빗, 우리 게 먹으러 갈까?”

내가 물었다.

“게가 뭔 데요?”

“크랩.”

“크랩을 먹으러 가요?”

데이빗이 눈이 휘둥그래진다.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놀라는지 금새 알아 낼 수가 없었다.

“크랩을 어떻게 먹어요?”

“왜?”

우리의 대화는 어디선가 잘못되어 있었다.

“똥을 어떻게 먹어요?”

이제서야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크랩이 똥이었구나.

“똥 말고, 먹는 거, 왜 바다에서 나는 거...”

“아, 크래브!”

이제야 데이빗이 감을 잡는다.

“똥하고 게하고 어떻게 다른 거니?”

“크랩(crap)은 똥이고, 크래브(crab)가 게예요. 다음부터는 부드럽게 발음하세요.”

가까운 사이에 실수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실수를 미국 사람에게라도 했으면 얼마나 큰 망신일까 싶다. 그네들에게 똥을 먹자고 했으면...

우리는 P나 B나 받침으로 쓰일 때는 발음이 똑같이 ㅂ이다. ㅍ으로 받침을 해놔도 어차피 발음은 똑 같다. 하는 수 없이 늘려서 부드럽게 발음해야만 구별이 되는 것이다. 영어는 그런 것에조차 신경을 써야 할 만큼 우리에게는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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