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우 ( 김천황악신문 편집고문)

가을을 보내는 길목 즈음에

늘상 그러하듯

올해도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마지막 이파리들이 파르르 떨어져

바닥에 뒹군다.

천지는 몸을 드러내고

인간은 몸을 감싼다.

비오는 일요일에 가족들과 상주에 있는 북장사(北長寺)와 남장사(南長寺)를 찾았다. 남장사 설법전(說法殿)의 기둥에 새겨진 게송(偈頌)을 보았다. 게송은 불가(佛家)에서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한 시다. 아름답다.

我有一卷經 아유일권경

不因紙墨成 불인지묵성

展開無一字 전개무일자

常放大光明 상방대광명

나에게 경전 한 권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쓴 게 아니네.

펼치면 한 글자도 없지만,

언제나 큰 광명을 발하네.

이 게송을 보노라니, 문득 근자에 읽었던 하나의 게송이 생각난다.

처세간 여허공(處世間如虛空)

세간에 처해 있어도 마음은 허공처럼,

여련화 불착수(如蓮花不着⽔)

흙탕물에 젖지 않는 진흙 속의 연꽃처럼,

심청정 초어피(⼼淸淨超於彼)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번뇌를 초월하신,

계수례 무상존(稽⾸禮無上尊)

드높으신 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노니.

아, 몸이 떨리고, 시리도록 투명하고 아름답다.

무엇을 노래함인가?

당신께 맡긴다. 모두 당신의 것이다.

#김천황악신문 #강창우 편집고문

김천황악신문  webmaster@hwangaknews.com

<저작권자 © 김천황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