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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在美 시인,소설가,수필가)
초기, 우리가 살던 남가주에는 세계의 모든 인종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선진국으로서 앞선 문화를 가지고 있고, 기후가 좋고 자연 환경이 수려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민자들을 미국에 동화시키자는 의도로 남가주에는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는 성인학교(Adult school)라는 곳이 있다. 원하기만 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가르치는 수준도 대학 못지 않기 때문에 초기 이민자들은 대학에 갔다가도 돈 낭비할 필요 없다고 대학을 포기하고 Adult school에서 먼저 공부한 다음에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흔하다.
성인학교(Adult school)는 영어 공부에도 유익하지만 세계 모든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익히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공부 시간 사이사이 각 나라 사람들이 모여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교사는 세계 각 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뛰어난 질문들을 마련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 사람들을 이해하게 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 미국에 와서 한동안 미국이 주는 무료 교육 혜택을 누렸다. 마음이 세계화하는데 그것보다 큰 도움이 없는 것 같다.
인근의 남미 친구들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친구들 공산권에 있던 소련과 유고 사람들과도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던 것이다. 지금 까지 살아온 중에 나의 마음을 가장 폭 넓게 해줬던 시간들이 아닌가 싶다.
사진에서만 보아온 각 나라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서 공부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점심 시간에 우리 옆으로 와서 젓가락을 뺏어 가지고는 서툰 젓가락 솜씨로 음식을 뺏어 먹던 귀염성 있는 아랍 아가씨, 별것 아닌 교사의 놀림에 펑펑 눈물을 쏟던 왕눈이 일본 처녀 기요꼬, 성인학교에서 사귄 애인을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고 그 아픔을 못 이겨 빨리 다른 여자를 구해야 되겠다던 멕시코 청년, 80의 나이에도 영어 공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소련의 변호사 부부, 그리고 세계 사람들을 다 안아 줄만큼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다감한 교사들,
그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기억들이 문득문득 생각 날 때면 건조한 생활이 촉촉한 물기를 머금곤 하는 것이다.
다들 참 순박하고 다감했다. 과거에 숱한 전쟁으로 인해 서로들 피흘리며 싸운 적대국가의 사람들도 모두 한 친구다. 서로 싸우고 있을 당시에도 서민들은 저렇게 순박했을 것이다. 단지 국익이라는 혹은 정치 이념의 실현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소수의 두뇌들에 의해 잘못 계도되고 잘못 이용당했을 뿐이지 마음 바탕은 온순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일찍부터 세계 사람들이 이렇게 다정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있었더라면 구호에만 그치는 세계 평화가 훨씬 효과적으로 이루어 졌을 것이다.
역사를 알고 있는 어느 일본 아낙네가 내게 보내주던 소리 없는 참회의 눈빛을 위선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음식을 나누어주던 왕년의 적대국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을 가식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런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우리 국가가 저런 친구들이 사는 나라를 못살게 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울 것 같다.
예전에도 우리의 서민들이 적대국의 서민들과 이처럼 다정하게 지냈더라면 침략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유토론 시간은 대부분 자국의 정치에 대한 비난의 소리로 가득차곤 했다. 공산 국가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억압을 규탄했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부패를 성토하곤 했다. 미국인 교사들까지도 미국 정치는 썩었다고 공공연히 성토를 하곤 했다. 성인학교에서 유일하게 흥분되는 시간이다. 남의 나라를 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스스로 자기나라를 비난하며 자성의 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서 세계 정치의 방향은 잘못 잡혀왔다는 생각을 수도 이 하게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데탕트를 이루었지만, 아직도 자국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속마음을 훌훌 벗어버리고 인류 공동발전의 협조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환상 같은 이야기일까. 어느 가난한 급우가 출산이 가까워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사랑의 성금을 전하는 우리 급우들 같은 인류애를 세계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은 가질 수가 없는 것인지...
주요경력
1992년 미국 이민(미국 시민권자)
LA Harbor College 졸업 (2002)
동아일보 도깨비 뉴스 리포터(Part time)
국립국어원 통신원
UC Berkeley 사회학과 전공 (2004)
탐하킨 민주당 상원의원 인턴 (2004년 여름)
라디오코리아(미국) 인터넷 칼럼니스트 외.
-저서
시집『빈터』『이별 다음에』『너』『불꽃놀이』
장편소설『겨울 달이 허문 모래탑』『저울 위에 앉은 허수아비』
에세이『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어때요』
정보도서『베이비척척박사』외.
-수상경력
하버칼리지 최우등 졸업(편입과정 4.0/4.0)
윈첼 스칼러십(사회학과 학생 중 1년에 한 명 수상)
버클리 사회학과 장학생
골든 키 장학생
내셔널 장학생(미 대학 0.5% 안에 드는 학생에 수여)
인터내셔널 장학생
총영사관 장학생
중앙일보 장학생
한국일보 장학생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 우수 도서 선정(1992 문예진흥원 선정,
2009년 워싱턴문학상 가작) 외.
-대표작
불멸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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