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석탄일은 일요일이다. 김천역 앞에는 탑과 범종, 법고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석탄일은 공휴일이고 보니 사람들은 대체휴일은 없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사실 대체휴일이 있는 공휴일은 설날과 추석, 그리고 어린이날뿐이란다.

김천이 고향인 분들은 아마도 초등학교시절 소풍 때부터 직지사를 수없이 둘러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적적할 때면 직지사에 들러 마음을 달래곤 하였다. 그러다 점차 사찰건물이나 구조, 그리고 현판, 벽화나 문양 등으로 관심이 옮겨가게 되었고, 그들의 의미와 불가의 가르침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올해 석탄절에는 직지사의 ‘대양문(大陽門)’의 벽화를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 전번에 소개하였던 불이문(不二門)인 ‘자하문(紫霞門)’을 지나면, 행서체로 쓰인 ‘대양문(大陽門)’이란 현판을 만난다. 한학자인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1914-1999)님의 글씨로 힘이 넘친다. 건물은 직지사 회주이셨던 녹원스님이 세우셨단다.

대양문에는 전면과 후면에 각각 두 개씩, 모두 네 개의 벽화가 있다. 전면에는 석가모니와 원효대사의 일화가 있고, 후면에는 설산(雪山)에서 수행하였던 석가모니의 전생담과, 부설거사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시기상으로 보면 원효대사와 부설거사는 의상대사와 함께 신라시대 진덕여왕 때의 인물들이고, 나머지 둘은 석가모니와 관련된 벽화다.

먼저 후면 왼편 벽화를 보자. 어린 동자가 나찰을 향해 뛰어내리는 장면이다. 석가모니가 쿠사나가라 사라쌍수(沙羅雙樹) 아래에서 열반에 들기 전,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설하였다는 최후의 설법인 <열반경(涅槃經)>에 실린 설산동자 이야기다.

당시 설산동자가 크게 발심하여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열심히 수행하고 있을 때, 문득 나찰이 읊조리는 게송을 듣는다. ‘제행무상 시생멸법(諸行無常 是生滅法: 이 세상 모든 일은 덧없으니 그것은 나고 죽는 법이라네). 설산동자는 게송의 나머지 부분을 듣기 위해 나찰에 몸을 던진다. ‘생멸멸이 적멸위락(生滅滅己 寂滅爲樂: 나고 죽음이 멸하면 열반의 즐거움이 있다네). 석가모니 본생담이다.

그리고 석가모니는 말한다.

‘여러 간탐하고 인색한 무리들아, 내 몸 버림을 보라,

법을 구하기 위하여서, 한 게송을 위해 초개같이 몸 버림을 보라’

(法)을 위하여 몸을 던지는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치열한 구도정신이다.

많은 공부가 자신의 겉모습을 내세우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 설산동자의 일화는 반드시 참된 자아를 찾으라는 큰 울림이 될 것이다.

- 강창우 (김천황악신문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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