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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문(紫霞門)’: 직지사 탐방기 (2)
  • 강창우 편집고문
  • 승인 2018.11.0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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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지난 일요일, 길가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때, 서둘러 직지사로 달려갔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익어가는 가을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지사 단풍

직지사 산문(山門),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과 ‘각성임천고치(覺城林泉高致)’라고 쓴 현판을 만난다.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 1927-2007)의 글씨다. 그 문을 지나면 우측에 ‘다반향초(茶半香初)’ 다실이 있고, 매표소를 지나면 만세교(萬歲橋)까지 널따란 길이 있다. 필자는 이 길보다 길 우측의 숲속을 즐겨 걷는다. 얼마 전 여기에 작은 도보길이 열렸고, 여름이면 작은 시내가 흐르도록 시설해두고 있다.

                       숲길

만세교를 건너 낙락장송이 우거진 사이로 곱게 다져진 흙길을 따라 올라가면 송하 조윤형(松下 曺允亨:1725~1799)이 쓴 ‘황악산직지사(黃嶽山直指寺)’라는 현판이 보인다. 일주문(一柱門)이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자하문(紫霞門)’이라는 작은 현판이 달려있다. 직지사의 자하문은 천왕문, 비로전과 함께 임진왜란에 소실되지 않은 건물로 알려져 있는데, 연대측정 결과 왜란 후 숙종 때 세운 건물로, 기둥은 느티나무로 밝혀졌다고 한다.

              직지사 자하문 

필자는 직지사의 경우 이 자하문이 일주문(一柱門)이자 불이문(不二門)이 아닌가 싶다. 사전적 의미로 자하(紫霞)란 자줏빛 노을이다. 흔히 신선의 세계를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불가(佛家)에서는 그 문을 통해 속(俗)을 떠나 진(眞)의 세계로 들어가는, 비로소 부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불가(佛家)에서는 흔히 자하문을 통해 현세의 석가모니불에게로, 안양문을 통해 내세의 아미타불에게로 나아가도록 배치하고 있다. 직지사에도 비로전(천불전)앞의 황악루 아래 지나 개울을 따라 걸으면, 우측에 도피안교(到彼岸橋)가 있고, 그 다리를 건너 안양루(安養樓)를 지나면 천불선원과 극락전 등을 만날 수 있다(출입금지구역) .

이러한 구조적 의미는 경주 불국사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가운데 범영루(泛影樓)를 중심으로 우측의 청운교 18계단, 백운교 16계단을 오르면 자하문이 있고, 그 문을 통과하여 좌측 석가탑과 우측의 다보탑을 지나 대웅전으로 나아간다. 좌측으로 연화교 10계단, 칠보교 8계단을 오르면 안양문(安養門)이 있고, 그곳을 통과하면 극락전으로 나아간다. 이는 현세와 내세를 좌우에 배치함으로써 동시에 사유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불국사 안양문과 자하문 

많은 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가을이 익어가는 경내를 천천히 둘러본다. ‘사명각(四溟閣)’ 앞의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길’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문득 구산(九山)스님의 열반송(涅槃頌) 한 구절이 생각난다.

                       사명각 단풍
 

만산에 서리 맞은 낙엽 봄꽃보다 붉으니

萬山霜葉紅於二月花 만산상엽홍어이월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지금, 가을비, 그리고 바람에 은행잎이 눈처럼 날려 길가에 쌓인다. 다시 열반송이 이어진다.

                   가로수 은행잎

 

삼라만상 큰 기틀 뚜렷이 드러나네

사는 것도 공이요 죽음 또한 공이러니

부처님의 해인삼매 중에 미소지으며 가노라

 

物物頭頭大機全彰 물물두두대기전창

生也空兮死也空 생야공혜사야공

能仁海印三昧中 微笑而逝 능인해인삼매중 미소이서

 

모든 것을 벗고 이제 적멸(寂滅)의 겨울로 가는가.

 

힐링센터 천부(天府) http://cafe.daum.net/1s3ssf

 

#김천황악신문 #강창우 #자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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