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음력 사월 초파일은 석가탄신일이다. 사찰과 거리에는 초파일을 알리는 등(燈)이 걸린다. 이런 일화가 전한다. 석가께서 죽림촌(竹林村)에 마지막으로 안거할 때 아난에게 말씀하신다.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라고 말한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자들이 깊이 아로새겨야 할 부처님의 사자후(獅子吼)다.

사찰에는 곳곳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각(殿閣)과 탑, 그리고 불보살들의 형상과 탱화 등이 봉안되어 있다. 석탄일을 맞아 그 기본적인 의미를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사찰은 흔히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있고, 절에 들어서기 전에 개울을 건넌다. 여기에 ‘도안교(到岸橋)’가 있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속세(俗世)와 정토(淨土), 이승과 저승 등이 갈리는 다리다. 그 다리를 건너면서 속세를 떠나 정토에 들어간다.

사찰은 어느 분을 주인으로 모셨는가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대웅전(大雄殿)의 경우 중심 부처님은, 중생들이 사는 사바세계를 관장하신다는 석가모니불이며,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보광전(普光殿)이나 극락전(極樂殿)의 경우, 극락세계의 주인이신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신다. 그 외에 중생들의 소원에 응하고자 주불(主佛)의 좌우에 약사불이나 지장보살 배치하기도 하는 등, 혼재된 경우도 있다.

중심 부처님과 좌우의 협시(挾侍)보살의 관계는 어떠한가. 협시보살이 중심 부처님의 공덕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협시보살이 의미하는 공덕을 닦음으로써 중심에 계시는 부처님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수행의 의미도 있다.

가운데 석가모니불이 계시고, 청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보살은 번뇌를 단호하게 끊고 지혜를 밝힌다는 의미가 있고, 흰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은 중생구제를 향한 실천행의 의지를 상징하는 보살이다. 다시 말하면, 이승에서 석가모니불처럼 부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문수의 지혜와 보현의 한량없는 수행과 서원이 따라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이르고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협시보살로 계시는 자비(慈悲)의 상징인 관세음보살과 희사(喜捨)의 대세지보살의 공덕을 먼저 살펴야 한다. <열반경>에서, ‘자(慈:자애)를 닦으면 탐욕의 마음을 끊고, 비(悲:슬픔)를 닦으면 성내는 마음을 끊는다. 희(喜:기쁨)를 닦으면 고통을 끊고, 사(捨:버림)를 닦으면 탐욕과 성냄과 차별의 마음을 끊는다’고 하였다. 이렇게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은 모든 선행의 근본으로, 이를 닦으라고 말씀하신다.

한편, 극락은 아미타불의 48대 원력으로 세워진 불국토이기 때문에, 아미타불을 굳게 믿고(信), 극락왕생을 바라는 간절한 서원(願)을 지니고, 정성스럽게 염불(行)을 행한다면, 누구나 극락세계에 왕생한다는 가르침도 있다.

이와같이 사바세계의 주불인 석가모니불과 극락세계의 주인인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차안과 피안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혼재된 경우도 있다. 김천 직지사 대웅전의 경우,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을 봉안하고 있다. 이는 중생들의 현세와 내세의 안녕과 무병장수에 대한 기원을 나타내고 있다.

그 외에도 직지사의 경우, 천왕문, 만세루, 범종각, 성좌각, 관음전, 사명각, 응진전, 명부전, 비로전, 약사전 등 중생들의 바람만큼이나 많은 불보살들과 그들을 봉안한 전각들이 있다.

규모가 큰 절의 경우, ‘도안교’를 지나면 ‘일주문(一柱門)’을 만난다. 두 개의 기둥으로 세워진 문이지만, ‘하나의 기둥으로 된 문(一柱門)’이라고 칭한다. 왜 그럴까?

중생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제각각이지만, 실상(實相)으로는 모두가 하나라는 의미다. 이 문을 들어서면서 나와 남, 부처와 중생, 반야(般若)와 번뇌(煩惱), 재가와 출가, 시간과 공간, 생사와 열반 등이 본래 하나인 실상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직지사의 경우, 이 문에 ‘자하문(紫霞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번 석가탄신일에는 사찰 내 전각들의 이름과 그 안에 봉안된 불보살의 명호와 상징, 그리고 그 가르침을 바르게 알고, 경배와 수행의 의미를 함께 되새겨 보면 어떨까. 이미 공부하셨다면 벽화를 살펴보면서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힐링센터 천부(天府) http://cafe.daum.net/1s3ssf

#김천황악신문 #부처님 오신날

김천황악신문  webmaster@hwangaknews.com

<저작권자 © 김천황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