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스토리교육원 배기성 역사전문강사

겨울방학을 맞아 각종 청소년 교육단체에서 “리더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앞 다투어 토론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역사강의를 의뢰받고 조선왕조실록을 강의했는데, 참여한 학생들의 열의에서 ‘중학교 과정에서의 토론 수업만큼은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되었구나’ 싶어 매우 흡족했다. 이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토론수업의 모델을 찾는 것이다. 그것도 이스라엘의 하브루타 같은 이질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역사적 사례를 학생들에게 들었다. 조선의 원상제(院相制) 와 대한제국의 협성회(協成會)이다.

원상제는 조선 예종 때부터 실시되어, 성종과 선조 초기에 활성화되었던 토론시스템이다. 임금이 어릴 경우, 삼정승이 중심이 되어 국가의 대사를 문무백관들과 함께 결정하던 제도로, 이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한 성종은 이른바 대간(臺諫),즉 사헌부와 사간원을 활용해서 조선의 권력상호견제 및 언로(言路)를 확립하여, 성군(聖君)의 칭호를 얻었다. 이 활발한 토론의 결과물이 바로, 조선의 헌법, 1484년의 경국대전(經國大典)이다. 그러나 그의 아들 연산군은 즉위 4년에 성종실록 사초에서 옛 중국의 초 패왕 항우가 어린 의제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것을 역사에서 인용하여 “조의제문”을 수록된 것을, 수양대군의 단종살해를 은유했다고 죄목을 뒤집어 씌워 사림파를 죄다 살해해버림으로써, 폭군(暴君)의 칭호를 얻는다. 이른바 무오사화(1498)이다. 연산군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수용하기 거부한 셈이다.

그리고 협성회는 1896년에 배재학당 내에 만들어진 토론동아리로 출발했다. 1884년 갑신정변의 주역이었다가 미국으로 망명, 온갖 고초 끝에 의사가 되고, 최초의 미국시민권을 획득(1890)한 서재필의 노력과 학생회장 우남 이승만의 결기로 만들어 방식은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반드시, 학생들이 미리 예습을 철저하게 하고, 서재필의 수업지도에 따라, 자기의 의견을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발표하고, 찬반토론을 거쳐, “웅변”의 형태로 발표하게 했다. 이 모델이 발전해서 종로 광장으로 나서게 된 것이 바로 “만민공동회”이다. 우리 근대 교육의 형태는 ‘주입식’보다는 ‘토론식’이 우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중요근거이다. 이 협성회에서 주로 다룬 것이 무엇이었을까? 자유로운 토론은 무엇을 주제로 다루었는가? 그것은 바로 만악의 근원이자, 부정부패의 산실로 불린 지방제도와 지방관의 전면 개혁, 즉 ‘지방자치제도의 국민선거제’였다, 이는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앞선 제도의 거론이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에서의 영어특별활동금지령을 발표했던 김상곤 교육부가 1월 16일 그 방침을 전면철회했다. “현행 초등학교 3학년부터의 영어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영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그런 주장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졸속으로 시행하려던 교육개혁정책이 학부모들의 수긍을 받지 못해 좌초한 것이다. 이제 이 글로벌 시대에서 선진국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은 만 5세부터 한글, 영어 토론 교육이 놀이학습의 형태로 같이 시작되는 것이다. 월 평균 100만 원 이상 하는 고액 영어유치원의 행태는 전혀 규제하지 못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자녀들을 보내, 조금씩 영어를 배우는 것만을 폐지하자고 하니, 어느 부모가 이 같은 정책을 이해하고 따라주겠는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교육정책의 결정주체로 “교육부”라는 관(官)이 독점하기 때문이다. 토론은 원래 시민들의 집단지성인데, 이런 어린이 영어교육이라는 중요정책에서 왜 ‘학부모’와 ‘유치원 교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깨어있는 시민들’을 제외시켰던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김상곤 교육부는 이제라도 우리민족역사의 토론DNA를 배워서,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수용하는 교육정책을 펼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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