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성 (감성스토리교육원 역사전문강사)

지난 1월 8일 아침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주자로 성남대로를 달렸다. 개막 32일을 앞두고,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체육이벤트에 주역으로 참여했다고 생각하니,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해설, 강연하는 역사전문가로써, 무한한 긍지를 느꼈다. 200미터를 천천히 뛰어가면서, 이 불꽃처럼 동계올림픽이 평화로운 축제로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하는 마음과 모든 고생한 선수들이 그 수고로움의 열매를 좋은 성적으로 받아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음 두 가지를 담아 “평창동계올림픽 파이팅!” 하고 성화봉송 내내 성원을 보내준 시민들에게 우렁차게 소리쳤다.

역사는 이처럼 자랑스러운 이벤트가 있기에, 더욱 학문으로써의 존재가치를 절실하게 느낀다. 우리가 이순신 장군의 승리와 세종대왕의 훌륭한 정치 그리고 광개토대왕의 영토확장, 또한 대조영의 만주회복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가. 그것은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이 원래, ‘과감히 도전하고, 역경 속에서 승리해온 민족’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대 주변 강국들에게 굽히는 역사적 DNA를 소유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주외교 및 보람찬 역사의 DNA를 과시하는 민족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참으로 슬픈 일이 과거 일제시대에 아주 많이 일어났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한국여성유린, 즉 위안부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가 1월 9일 발표한 “한일위안부합의에 대한 재고” 조치는 적절하고 당연한 조치이다. 한일 양국간의 공식합의 임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일본정부가 내놓은 10억엔을 무시하고 예탁한다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필귀정적인 결과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사가 가장 먼저 고려되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협상과정에서 무시되었다. 일본 정부는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문구를 오히려 무슨 사후 면죄부인 것처럼 활용하고, 우리 정부에게 “전 정권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평창올림픽 참가를 재고할 수 있다”는 것처럼 위협하기도 했다. 참으로 경제규모에 맞지 않는 졸렬하기 이를 데 없는 주장이다.

보편적인 국제인권기준에 맞추어보기만 하더라도, 일본정부의 과거사왜곡 및 책임면피 주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과거 부끄러운 세계침략의 역사를 왜곡해서 오히려 동아시아 산업개발이라느니,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느니 하는 논리로 비약시키더니, 이제는 세계적인 평화의 제전 동계올림픽마저도 정치논리화 하고 있다. 올림픽의 성화는 그 평화의 기운과 열정적인 선수들의 에너지를 보름간의 대회기간동안 기념하는 의미를 가진다. 일본이 제대로 된 세계의 경제선진국이라면, 이제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평화축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

위안부 문제는 1929년부터 1945년에 이르는 긴 세월동안, 일본제국주의가 한반도 전역은 물론 만주를 비롯한 전 동아시아 지역에 “일본군 성노예”라는 참으로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여성강제동원을 저지른 비극 중의 비극이다. 더욱이 일제는 패망이 가까워지자, 증거를 없애려고, 불쌍한 여성들을 집단학살하는 범죄도 저질렀다. 그 후로 지금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모습을 보여 분노를 사고 있다. 근현대사의 잘못된 과정을 바로잡으려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평화의 제전 올림픽까지 폄훼하려는 일체의 노력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모쪼록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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