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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여(一如)
  • 김서업 대표기자
  • 승인 2023.10.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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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마르코 신부 (천주교 대구대교구 까말돌라 수녀원 전례담당)

천주교 신부가 불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비슷한 길을 가다 보니 때로는 참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배울 때도 있다. 그러면서 내 안에서 조금 더 발전된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신부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정리한 것이라 불교에 정진하고 계신 스님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불교에 해박한 분들이 보면 정확하지도 않을 수도 있기에 너그러운 마음을 부탁드린다. 아무튼 어느 분이 이런 가르침을 주었는지는 개인적으로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래 이야기 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수긍하는 바가 크다.

불교는 깨달음(견성, 見性)을 이야기한다. 즉 마음 닦는 공부를 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는 체험의 경지이다. 그런데 이런 깨달음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을 체험했다고 말하고,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깨달음이라는 것은 사고의 대상이나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만큼 쉽게 정의하기 어렵고, 신비로운 세계로의 초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깨닫지 못했는데 깨달았다고 떠드는 사람을 두고 가장 큰 도둑질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깨달음에 대한 단계와 기준을 이렇게 설명한다.

동정일여(動靜一如)란 ‘움직이거나 머물더라도 같다’란 말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화두(話頭)를 ‘눈을 뜨고부터 잠들 때까지 한결같았는가?’를 묻고 있다. 깨달음을 공부하는 사람은 하루를 살아가면서 온갖 분심과 욕망, 혹은 외부적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화두에 매달리고 있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몽중일여(夢中一如)란 ‘꿈속에서도 같다’란 말이다. 꿈이란 때때로 자신이 겪었던 사건과 인연들의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욕망과 헛된 망상이 녹아 있을 때도 있다. 그로인해 꿈을 꾸면서 화두는 없어지고, 헛짓을 하며 놀고 있은 것을 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경계심을 말하고 있다. 즉 화두를 열심히 하면 꿈속에서도 화두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숙면일여(熟眠一如)란 ‘깊은 잠이 들더라도 같다’란 말이다. 즉 잠이 푹 들었을 때에도 화두를 잃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자연스럽게 잠들어도 ‘귀가 들린다. 혹은 ’눈 감고 쉰다‘는 말이 이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일여(一如)에 매진하여 결과를 얻은 사람은 육신은 죽어도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깨달음이란 종교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모두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좀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공통 숙제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진단할 줄 알고 스스로 방향성을 찾아가는 주체성이 필요하다.

세상이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운 상황들마다 전문가랍시고, 혹은 일반 민초들도 나름대로 진단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모두가 동의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주장의 파편들만 뿌려지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선동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뒤집기도 한다. 여기에 편승하여 내 편에 매몰되고, 네 편의 조롱에 가담하는 것은 주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우리는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 혹은 내가 지지하는 집단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눈감아 주고, 묻어주고, 연결해준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깨달음을 얻었던 큰 스님들은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느끼게 한다.

#황악신문 #마르코신부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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