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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 노을 속에 까만 팽총 열매 가득 안고 있네”...감문 대양묘 팽나무[김천의 나무 11]
  •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 승인 2023.10.01 20:10
  • 댓글 1
금효왕릉
금효왕릉

추석이 지나고 세상은 빠르게 가을로 넘어가고 있다. 뜨거운 여름(火)이 지나고 수확의 계절(金)으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금화교역 (金火交易)의 시간이다.

김천에는 삼한시대에 감문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했다. 서기 231년 사로(신라)에 멸망하기까지 수백 년 동안 존재하던 변한계 국가다.

감문면 삼성리에는 말무덤(큰무덤)이라 전해오는 감문국 금효왕릉이 있다.

배시내에서 감문으로 가는 길가엔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논에는 벼들이 색깔을 바꾸는 중이라 가을의 느낌이 물씬 전해온다.

삼성리 길가에 차를 세웠다. 여전히 금효왕릉까지 차로 가기는 힘들다. 올라가는 길에는 배수로 공사가 한창이고 금효왕릉에는 풀이 무성하다.

2023년 추석 금효왕릉

지난해 추석까지 벌초로 말끔했는데 지금은 가시난 풀들이 왕릉을 덮었다.

김천의 별호인 금릉(金陵)이란 이름이 유래한 왕릉은 너무나 초라히 객을 맞아 주었다. 풀들이 많아 막걸리 한 잔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비닐봉지 위에 마른 오징어 한 마리와 막걸리 한 잔을 부어놓고 삼배(三拜)를 올렸다. 죽은 이에게는 두 번 절하지만 한 나라의 왕이자 지역의 조상이기도 한 분에게 이배(二拜)는 약하다.

온 나라가 떠들썩한 만큼 시끄러운 지역의 정치적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나 씁쓸하다.

1800여년 전에는 신흥국가로 도약하던 사로(신라)에 맞서 군사와 백성들이 전멸한 불운을 겪은 왕에게 다시 또 나라(김천)의 존망이 걸릴 만큼 어지러운 난세를 어찌 아뢸 수 있단 말인가?

후손들은 강대한 국가를 이뤄 번성하기를 감문국의 선조들은 간절히 바라지 않았을까?

화엄경을 틀어 놓고 잠시 대왕의 왕생(往生)을 빌었다.

감문면 대양산

다시 차를 돌려 감문면을 지나니 좌측으로 대양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 태양이 솟아오를 때 경치가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대양산이라 불렸다.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는 문필봉(文筆峰)이다.

높이 312미터이지만 감문과 개령에 걸쳐 있으면서 많은 내(川)를 형성하는 후한 산이다.

균형잡힌 날개가 완벽한 새의 형상이다. 저 대양산 어딘가에 옛 감문국 왕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오고 있다.

보광리 200살 아까시나무

좀 더 국도를 달리면 200살 보광리 아까시나무가 있다.

여전히 주민들의 기원을 새끼에 꼬아 몸에 걸치고 있다. 당산의 역할을 해온지 오래다. 몸의 일부가 썩었지만 그 의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차를 타고 아까시나무에 거수경례를 올렸다. 차를 타고 달릴 때 길가에 있는 노거수에게 올리는 일종의 예의다.

위량초등학교를 지나 좌측길로 꺽어 들었다. 500미터 전방에 대양묘라는 동네 간판이 보인다.

그동안 볼수록 묘하게 느껴지는 동네 이름이다. 도대체 무슨 의미로 지은 마을 이름일까?

대양산(大陽山)과 관련은 있을 듯하다. 가능하다면 대양산에 있다는 감문국 왕의 무덤을 찾고 싶다.

대양묘 마을로 알 수 없는 끌림이 손짓한다. 동네로 들어가 좁은 담벼락을 지나니 마을회관이 있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나무를 보고 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양묘 마을 팽나무

200~300살은 되어 보이는 팽나무 한그루가 떡하니 서 있었다. 잎사귀 사이로 팽총의 총알로 쓰이던 까만 열매가 가득했다.

넉넉하지 않은 공간에 푸른 이끼를 가득 뒤집어 쓰고 몸을 여러 갈래 꼬아 한껏 반겨 주었다.

몸통에서 세 가지를 뻗어 다시 가지를 벌린 나무는 여전히 싱싱했다. 주변의 공간만 확보하고 조금만 더 신경 써 보살핀다면 장수(長壽)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대양묘 마을 팽나무

신령스러운 몸체를 잠시 만져 보았다. 마치 부처님을 친견하듯 공손히 기운을 나누었다.

이렇게 만날 것을 스스로 찾아오지 못하고 나무가 먼저 끌어당겨야만 오는 나의 부족함이 부끄러웠다.

김천의 팽나무는 많지 않다. 운수리의 300살 팽나무, 지좌동 호동마을의 팽나무,대덕 봉곡사 앞 언덕의 쓰러진 팽나무 등이 있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성스럽다. 대체로 뿌리와 아래쪽 몸통이 푸른 이끼로 덮여 있다. 뱀도 살고 있다.

대양묘 마을 팽나무 열매

대양묘(大陽妙) 마을 지명은 역시 대양산과 관련이 있었다. 대양산 아래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의미란다. 개령면에서 가장 외곽에 있는 마을이다. 생활권은 감문면이다.

남전과 경계를 이루는 용정고개에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정(龍井)이 있다.

대양묘 마을을 나와 개령면 사무소를 지나면 오른쪽 언덕에 장부인릉과 서부리 3층 석탑이 마주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장부인릉 전경/국립박물관 소재
장부인릉이 있던 자리(현재는 포도밭으로 변했다)

장부인릉은 일제 강점기 때 발굴한 기록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포도밭으로 변해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전설대로 금효왕의 왕비가 맞다면 왜 이렇게 멀리 무덤을 썻는지 궁금하다. 제대로 된 감문국을 복원하려면 꼭 필요한 유적인데 어이없이 유실되었으니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못난 탓이다.

서부리 3층 석탑

서부리 3층 석탑은 여전히 굳세게 서 있다. 장마에 자란 풀들이 좁은 입구를 가로막고 탑 경계 울타리 안에는 큰 호박 두 개가 익어가고 있다.

금효왕릉의 무덤과 지나오면서 본 양천리 고분, 서부리 3층 석탑의 현재 관리 상태를 보면 하고픈 말은 많지만 有口無言이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그 정체성을 확립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고대국가들이 왕조의 가계를 미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라의 국력을 모으기 위해서 불교를 받아들이고, 유학을 중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재 김천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되뇌게 된다. 지역과 가까운 의성의 조문국,상주의 사벌국 박물관, 무덤의 관리들을 보면 느끼는 바가 크다.

언제쯤 김천은 다시 현재의 어려움을 온전히 극복하고 감문국 조상들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백성들이 평안하고 그 어떤 강대국의 침략에도 흔들림 없는 작지만 강한 나라말이다.

대양묘 마을 팽나무

김천의 나무를 만나러 다니는 이 작은 여행은 수 백년 전부터 길게는 1000년의 세월동안 염원해온 그 꿈을 찾는 修行이다.

예전 선조들이 소망해온 그 많은 기원위에 다시 작은 바램을 얹어 塔을 쌓는 일이다.

나무는 하늘의 기운을 땅과 인간에게 연결시키는 신성한 존재들이다. 그 긴 세월동안 우리곁에 함께 해온 노거수 (老巨樹)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벗이자 神이다.

끊임없이 기도하면 반드시 들어주실 것이라 믿는다. 그분들을 뵈러 다니는 시간들이 행복한 이유다.

#김천의 나무 #대양묘 팽나무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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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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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향인 2023-10-02 05:21:50

    아카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지역에 자생하는 나무로 아까시나무(=아카시나무)가 옳은 표현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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