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인/시조시인

텅 빈 꽃자리에 틀어 앉은 풋 생각들

더러는 떨어지고 더러는 또 흔들린다

장맛비 긴 혓바닥이 날름대는 허공에서

짓물러 터진 입술 백분이 피어나고

세상이 떫을수록 떫은맛이 깊어져도

장마가 지나간 자리 푸른, 사리 몇 과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장마철에는 땡감이 많이 떨어진다. 아직 익지 않아서 떫은맛이 깊은 감이 그 맛을 다 삭이기도 전에 긴 빗줄기를 만나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떫은 마음이 잘 가시지 않는데, 젊은이들은 오죽할까. 세상이 떫을수록 떫은 마음은 더 깊어진다. 그래서 장마도 더 길어지는 걸까.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지. 땡감으로 지상을 두드리든지 아니면 땡감으로 허공을 치든지, 떫은맛 삭이려는 풋풋한 생각이 우리 가슴 속에 푸른 사리로 남겠지.

이번 장마는 많은 비를 몰고 온다고 한다. 집중호우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반지하 전세방에도 햇살이 듬뿍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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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취재국장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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