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벗고 서 있는 백일홍 나무를 보면 장모님이 떠오른다. 뚜렷한 직업도 없고, 변변한 땅뙈기도 없는 형편에서 1남 3녀 모두 대학물을 먹였다. 뿐만 아니라 10여 년을 손주바라기로 사셨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식솔을 위해 헌신만 하신 장모님은 결국 몸져눕게 되었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병원에서도 더 이상 장담을 하지 못하는 때가 되었다. 그때부터 장모님을 우리 집에서 모시면서 의사도 깜짝 놀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자식들이 장모님을 뵈러 오는 주말만 되면 우리 집은 잔칫날이 된다. 웃음보를 활짝 풀어놓고 수다를 떤다. 그러기를 햇수로 어언 4년 째다. 장모님의 지금 연세가 여든여섯이다. 백일홍처럼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다.

#황악신문 #김석인 #시가 있는 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