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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곡동 호동마을 350살 패구나무..."뱀의 허물을 안고 김천희망대로를 바라보다"
  •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 승인 2023.06.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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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마을 350살 패구나무

잎은 기근을 넘기는 구황식물이자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

열매는 아이들의 장난감,뱀도 사는 신비로운 나무

팽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노거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에 느티나무와 흡사해 헷갈리기도 한다.

김천의 가장 오래된 팽나무는 기록상 구성면 자두마을 1000살 당산 팽나무다. 하지만 느티나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팽나무의 이름은 어릴 적 아이들이 대나무로 만든 팽총의 소리에서 유래했다.

예전 기근이 심할 때 팽나무 잎과 느티나무 잎,쑥은 보릿고개를 넘기는 3대 잎이었다. 2월 이후에 팽나무 잎을 따서 곡식과 섞어 먹으면 기근을 넘길 수 있었다.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20미터까지 자란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고 영남과 호남에 많이 분포하는데 특히 해안지방에 흔하다. 추위에 강하고 그늘진 곳에도 잘 자란다. 마을 정자나무나 마을숲,방풍수 등으로 많이 심었다. 패구나무,포구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나무배인 ‘마상’을 만들기도 했다.

예천 용궁면 금남리 천연기념물 제400호 황목근(黃木根)이 널리 알려져 있다. 전북 부안 백련리의 300년된 팽나무를 국내 최고의 팽나무로 치는 사람도 있다. 경남 고성 상산면의 팽나무도 아름답다. 충남 아산 공세리 성당의 팽나무는 그 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호동마을 패구나무

하지만 멀리서  팽나무를 찾기 어렵다면 지역에 그에 빠지지 않는 팽나무가 있다.

김천에 여러 노거수가 있지만 지좌동 호동마을 350살 팽나무가 특히 아름답다.

예전 김천시(지좌동)와 금릉군(농소면)이 통합되기 전 경계에 호리병을 닮은 한 마을이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농소국민학교(초등)까지 먼 길을 걸어 다녔다. 겨울이면 찬바람을 피해 호호 손을 불며 신작로 아래 뚝방길을 찾아 걸었다. 낙엽 속에서 100원짜리 지폐 하나를 줍는 날은 대박을 친 운수좋은 날이었다.

조선시대 개령현 농소면에 속했던 호동과 무실은 1914년 합쳐 덕곡동이 되고, 1983년 지좌동으로 속하게 됐다. 신촌에 거주하던 진주 강씨,동래 정씨,평택 임씨 들이 이주해 마을이 형성됐다.

호동 패구나무

호동 마을에 오래된 팽나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2년 전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한 11월 중순 이 마을을 찾았다.

호동 마을회관에 차를 세웠다. 마을회관 앞에는 인상 좋은 한 노인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어르신에게 오래된 나무가 있는지 여쭤봤다. 마을회관에서 조금 내려가면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마을회관에서 100미터 정도 걸어 내려가니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패구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일제 강점기인 1919년 조선총독부는 ‘조선노거수명목지’를 발간해 신목,당산목,호안목,정자목,명목등 7가지로 분류했다.

현대의 학자들은 노거수를 신목,당산목,동목,정자목,명목,피서목,기형목,풍치목,희귀목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방재목,비보목을 더하기도 한다.

호동 패구나무에 붙은 뱀의 허물

하지만 필자에게 나무는 세 가지로 다가온다. 경이로운 나무, 대화가 통하는 나무,아름다운 나무다.

경이로운 나무는 신목이나 당산목처럼 그 자체로 신령스러운 나무다. 대화가 통하는 나무는 서로 기운이 교류되는 나무다.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나무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나무는 사랑스러운 나무다.

호동의 350살 팽나무는 대화가 통하는 나무다. 이 팽나무는 수피(樹皮)가 매우 아름답다. 이끼가 나무에 싱싱하게 살아있다.

이 나무는 사람을 알아본다. 자신을 찾아온 이를 위해 잎사귀로 떨구며 환영해주는 나무다. 김천의 많은 나무를 만났지만 직접 환영해주는 나무는 처음이다.

나무아래서 눈처럼 쏟아지는 잎사귀 세례를 맞아 보시라! 짜릿하고 환상적인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 나무는 한그루처럼 보이지만 세 그루가 자라서 붙은 모습이기도 하다. 뒤쪽에서 보면 두 그루로 보이기도 한다.

나무의 높이는 20미터,둘레는 6미터가 넘는 거대한 모습이다.

예전에 아이들이 북적일 때 놀이터로 시끄러웠을 나무 밑에는 다 떨어진 그네와 콘크리트 조각, 비닐하우스용 철근이 널부려져 있었다.

돌보는이 없이 방치된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인간은 나무의 혜택을 받으면서 갚을줄을 모른다. 오래된 이 나무할배의 가슴은 조금 괘씸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호동마을 패구나무

새해 첫날에도 문득 이 나무가 보고 싶어져 찾아가기도 했다.

잎새를 다 떨군 나무는 우람하고 품위있게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었다.

저 멀리에는 시청과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김천희망도로 공사가 한창이다.얼마 후면 김천시청과 혁신도시가 연결되어 하루에도  수 많은 차들이 드나들 것이다.

익숙치 않은 광경을 보며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 김천의 발전을 기꺼워 하실지 휴식을 방해하는 못보던 우마차의 행렬을 신기해 할지...

여름이 시작한 5월 마지막 날 다시 호동마을 팽나무를 찾았다. 몇 달 전 이 나무를 찾았을때는 한참 전지가 진행중이었다.

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지역구 시의원이 비용을 확보해 불필요한 가지를 자르고 폐기물들을 치웠다.

쇠못을 박아 가지를 연결한 쇠줄

둘레에는 소담스런 나무울타리도 세웠다. 예전보다 훨씬 더 깨끗해진 모습이다. 여전히 주위에는 퇴비들이 쌓여 있지만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다.

하나 아쉬운 것은 가지가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에 큰 쇠못을 박고 철사줄로 연결한 것이 눈에 띈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에다 쇠못을 박은 것이 맞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

나무에는 흰 뱀껍질이 붙어 있다. 허물을 벗고간 뱀의 흔적이다. 노거수를 찾아다니면서 나무속에 뱀과 너구리가 사는 모습을 확인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허언이 아니다.

나무의 신령스런 몸체를 한참 어루만지며 안부를 나누고 돌아섰다.

神木이나 堂山木처럼 신령스럽지는 않지만 품위있고 단정하고, 당당한 김천의 名木이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잘 생겼다. 지금까지 김천의 나무를 보았지만 지역에서는 가장 멋진 나무중 하나다.

호동 패구나무의 가을

가을이 되면 다시 찾을 것이다.

마을회관 앞에서 햇볕을 쬐든 인상 좋은 노인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 길어야 100년이다. 300년을 살고서도 너무나 싱싱한 패구나무의 생명력이 새삼 존경스럽다.

호동 패구나무의 겨울

#황악신문 #김천의 노거수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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