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성 (감성스토리교육원 역사전문강사)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이하 이대목동병원)에서 슬프고도 엄중한 일이 발생했다. 4살과 1살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써 마음 아프고 분노스럽기 한량없다. 이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다. 씨트로박터프룬디균이라는 참 이름도 어려운 그 균들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신생아들에게 들어가 집단사망이라는 참담한 사태로 나타났다니, 나를 비롯한 온 국민의 시선은 지금 이대목동병원으로 쏠려 있다. 한마디로, 의사수, 간호사수, 병상수, 인큐베이터수 등의 숫자와 실력이 모두 부족했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을 사전에 막지 못해서 하늘처럼 귀한 4명의 생명을 잃은 것이다.

먼저 19일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긴급현안회의에서 여야의 국회의원들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쏟아낸 질타들을 들어보면, 이는 우리나라 신생아 의료체계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인큐베이터의 낙후성이다. 이대목동병원에는 총 19개의 인큐베이터가 있는데, 그 중 8개가 10년이 넘었고, 2개는 그보다 오래되었다 한다. 또한 인큐베이터 한 대를 운용하는 데 연간 5억 원이 드는데, 실제로는 6천만 원 적자가 나기 때문에, 그것이 설치기피장비라는 점이다. 또한 산부인과 전문의 1인당 진료신생아 수가 3500명에 달해, 일본의 전문의 1인당 진료신생아수 850명에 크게 뒤떨어진다는 점도 날선 지적을 받았다.

1887년 이화학당을 설립한 스크랜튼 여사가 조선사회의 남녀차별 관습의 폐혜를 목격하고, 미국 여의사 메타 하워드를 초빙한 것이 오늘날 이대목동병원의 출발이다. 당시 고종이 직접 “여성을 보호하고 구제하는 의원이 되라”는 의미로 보구여관[普救女館] 이라는 이름을 직접 내려주어 무료시술을 시작했다. 너무 많은 시술을 한 탓에 메타하워드가 쓰러지는 지경까지 가자. 다시 로제타 홀 여사를 초빙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김 마르타, 이 그레이스 등의 최초 여성간호사들과 박에스더라는 최초의 여자의사까지 배출했다. 특히 박 에스더는 10년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무료진료를 열성적으로 펼치다가 34살 젊은 나이에 과로로 인한 폐결핵으로 1910년 세상을 떠났다.

그 의료선교의 정신이 오늘날 목동이대병원은 물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이 되었던 것이다. 그 옛날에도 벌어지지 않았던, 신생아 집단사망이라는 재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나타났을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양천구에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사건발발 직후, “전염병에 의한 감염은 아니다”라며 밝혔으나, 이는 곧 과학수사에 의한 세균감염으로 나타나, 이제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땅에 떨어져버렸다. 더 자세한 진실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이번에 생긴 이대목동병원 아니 의료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상실은 참 웬만해서는 도로 채우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43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해 예산 188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에 이대목동병원이 포함되어있다. 정부예산이 들어가니, 이대목동병원은 항상 공공재적 책임의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또한, 이대의료원은 곧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거기엔 보구여관이 재현 되, 박물관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번 신생아 집단사망사건을 보며, 이대목동병원에 요청한다. 보구여관의 초심으로 돌아가라. 처음에는 절대 이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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