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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 마존리(麻存里) 느티나무...“벽진 李氏와 400년의 삶을 함께한 동안(童顏) 미남”김천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두 번째 여행 [김천의 나무를 찾아서 10]
  •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 승인 2022.06.12 19:41
  • 댓글 1
김천시 어모면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인간은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본다. 인간의 살아온 역사는 그 당시를 기준으로 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길을 봐도 그렇다. 예전의 길은 자연부락인 마을과 마을을 이어서 연결되어 있었다. 현대에 기계문명이 발달하고 나서 신작로가 생겼다.

자동차와 기차가 생기고 나서 과거의 길은 의미가 없어졌다. 장비가 발달해서 필요하면 다리를 건설하고 막히면 굴을 뚫으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의 길을 기준으로 과거를 보면 황당한 달나라 이야기가 되고 만다.

어모면 마존리 마을 표지석
어모면 마존리의 마을 유래를 알리는 세거비(世居碑)

몇 년 전만 해도 김천에서 상주는 좁은 도로를 굽이굽이 거쳐서 가야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 가면서 어모의 산기슭에 봄이면 피는 복사꽃과 桃花의 아름다움, 희고도 힌 자두꽃과 배꽃이 산에 가득한 광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신작로가 생겨 산기슭의 풍경을 볼 여유가 없다.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은 저 멀리 사라졌다.

김천시내에서 어모로 가는 옛길을 따라 어모면 사무소를 지나 모티를 돌면 좌측에 큰 돌비석이 서 있는 동네가 있다.

바로 麻存里다. 옆에는 길쭉하게 생긴 어마어마한 비석이 이곳이 벽진 이씨 처사공파의 세거지(世居地임)을 알리고 있다.

이 동네는 예로부터 토질이 삼(麻)을 재배하기에 좋다고 해서 마지미(麻地味 )하고 했다. 또 질 좋은 삼이 많이 난다고 해 마존(麻存)으로 불리었다.

1620년 광해군 시절 벽진 이씨 23세손인 이뢰(1605-1674)가 양천 하로에서 난함산 자락 애기봉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아천 어모 냇가를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명당 불당골에 자리를 잡아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동네 입구에 차를 세우고 동네의 느티님을 찾아 나섰다. 마을회관 앞에는 내용이 멋진 준공비가 서 있어 옮겨 본다. 아마도 이 마을 출신이 쓴 듯 고향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이해하기 쉽게 한자에는 음을 붙인다.

“환상의 세계에서 하나 麻存里(마존리) 아름다운 風景(풍경)의 豊堯(풍요)이며 유산이요

따스한 봄날같은 정서의 안정을 주는 대상의 麻存이로다

마존리 동쪽에 갈마 남쪽에 마람들 북쪽에 동뫼 마존리는 뫼지미라고 하였고

청룡산과 안산이 사다리 같이 뻗어 뫼지미의 변음으로 뫼는 산이요 지미는 언저리사이라

마존리는 음을 한자로 표기한 麻存이다"

이 비석의 글을 보면 마을 앞 세거비(世居碑)와는 차이가 난다. 좋은 麻가 많이 나서 麻存리가 아니라 뫼지미의 변음이자 한자의 차용으로 산의 언저리 사이에 있는 동네라는 의미란 것이다.

후자의 해석에 좀 더 마음이 간다.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춤을 추는 듯하다.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춤을 추는 듯하다.

마침 마음씨 좋은 주민에게서 동네 끝까지 올라가면 나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약 5분을 걸어 올라가니 김천에서 본 나무중에 가장 우뚝선 느티님이 두 팔을 벌려 반겨주었다.

나무 뒤 언덕엔 김천에서 상주로 새로 난 신작로가 있다. 수십 번을 지나다녔을 텐데 고깃덩어리 같은 눈에는 이 거룩하기조차 한 나무님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몸통은 완연한 陽의 기운이 충만했다.

느티나무는 암수가 함께 있는 자웅동주(雌雄同株)이지만 외형은 오로지 양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수피가 나무에 많이 붙어있는 것이 특이했다.

거대한 뿌리에 흉고가 3미터는 충분한 아주 우람한 나무다.400살의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미끈한 육체미를 자랑한다.통상적으로 노거수에 잔뜩 달린 옹이도 없다. 혹하나 없는 청춘 미남이다.외형상으로는 전혀 400살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사람으로 치면 동안(童顏)이다.

팔을 벌려 춤에 빠진 藝人의 모습이 이럴 것이다.한쪽 팔은 내려오고 한쪽 팔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몸을 돌려 휘감는 승무를 추는 여승과 닮아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陽의 기운과 손을 휘감아 뿌리치는 감각적인 陰이 조화롭다.

나무님의 허락을 받고 미끈한 몸통을 만지고 한참 동안 나무 밑에서 서성였다.강력한 나무의 기운에 발길을 쉬이 뗄 수 없었다.

항상 수백살의 나무님을 뵐 때면 두 손을 뻗어 ET처럼 기운을 교류한다.

아직 마음의 때가 많아 나무가 전하는 길고도 많은 얘기를 다 들을 수는 없다.몇 조각의 희미한 片鱗(편린)들과 속삭이는 바람결에 묻어오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아련하다.

겨울과 달리 여름을 맞아 하늘을 뒤 덮은 울창한 잎들의 싱그러움과 그 가운데로 비치는 햇살의 조각을 바라보면 인간이 저 먼 하늘 어딘가에서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육체에 갇혀 있지만 우리의 本鄕은 알 수 없는 저 먼 우주의 어느 곳일 수도 있으리라.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몇 번을 뒤돌아 보았다.

건물위로 보이는 느티의 얼굴이 맑은 하늘 호수에 담겨 있다.느티나무를 뒤로 하고 내려와 동네 주민에게 들으니 이 나무는 쌍둥이였다.아니면 부부였던지!

옆에 똑 같은 나무가 한 그루 더 있었는데 불이 나서 옮겨 붙어 지난해 죽었다고 한다.표현할 수는 없지만  400년을 함께 살아온 짝을 잃은 느티님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그래서 오늘도 저렇게 팔을 벌려 먼저 간 넋을 위로하는 춤판을 벌이고 있나보다.

남은 느티님이라도 건강하셔야 할텐데...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은 그만큼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느티님에게 치명적인 불이 번지지 않도록 잡목과 풀들을 걷어줘야 하는데, 이 동네에 와서 살 수도 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이 동네에 산다면 하루에 두 번 씩은 찾아가 살펴 볼 것 같다.

아침에 한 번 문안인사를 드리고, 저녁에 무사한지 살펴보고...

깜빡 잊고 챙겨오지 못한 막걸리 한 병을 낙엽이 지는 가을에 들고 와서 부어주며 만수무강을 비는 것 외에 없다.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 한창이던 전 정부에서 마을의 노거수를 돌보는 일에 썻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어르신들이 너무 힘들지 않으면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의 노거수를 살피고, 풀을 뽑고 잡목을 제거하고,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지는 않는지 관찰하고, 썩어 부러질 위험은 없는지, 불이 날 가능성은 없는지 애정을 가지고 보살핀다면 나무도 좋고 어르신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소일거리가 될 것이다.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나무의 유래와 전설을 후손들에게 전해 줄 수도 있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설명과 안내도 가능하다.

요즘 아프리카에서는 1000년이 넘은 바오밥 나무(Baobab Tree)들이 죽어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강수량의 변화와 온도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김천에도 보호해야 될 귀한 나무들이 최소 200여 그루에 이른다.

사람은 떠나도 나무는 남는다.

80년대 초반에 지정한 보호수 중 고사하고 비석만 남은 것들도 있다. 주소가 정확하지 않은 나무들도 있다. 추가로 보호수로 지정해 보호해야 될 가치가 나무들도 있다

노거수의 정확한 위치와 보호수와 노거수의 지도가 있다면 사람들이 찾아 올 수 있는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분명 노거수가  귀중한 자산이 될 날이 곧 온다고 믿는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 및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 충남 부여 성흥산성의 사랑나무를 봐도 그렇다.

인간들은 언제나 나무에게 받기만 하고 주는 것에 인색하다.

나무는 無爲를 몸소 실천하기에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인간은 無爲를 그리워하지만 有爲에 거한다.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나무

나는 어떠한가?

無爲에도 속하지 못하고 有爲에도 능하지 못하다.

다만 속세에 살면서 無爲를 그리워 할 뿐이다.

다시 태어나면 나무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못다 한 無爲를 인간과 세상의 미물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삶!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벽진 이씨(碧珍 李氏) 처사공파 입향조인 이뢰가  뫼지미 마을을 개척할 때 심은(추정 1620년 양천 하로에서 이거) 400살 느티나무의  안부가 벌써 궁금하다.

자문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이갑희(경북 향토사연구회 회장역임,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국학진흥원자문위원)

 

참고문헌

김천시사(김천시)

김천의 마을과 전설

한국의 아름다운 노거수

카메라와 함께한 나무산책

경북의 노거수

노거수와 마을숲

노거수 생태와 문화

회화나무와 선비문화 등

 

#김천의 나무 #마존리 느티나무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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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윤 2022-06-18 16:46:36

    어모 동좌동 400년된 느티나무 취재하시느라 수고많았습니다.
    덕분에 핸드폰으로 잘 보았습니다

    얼마전에 pc로 황악신문을 았으나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이유는 아무래도 pc나 다른문제가 있었던것 같아요..핸드폰으로 이렇게 잘되고있으니..

    어모 동좌동(마존리.마지미)은 벽진이씨 집성촌이고, 내가 벽진이씨이니 더 관심이 갑니다.
    양천 하로마을(이약동 평정공파)에서 온것과 시기가 우리동네와 비슷하여 아마 형제나 조카정도로 가까운거 같습니다~

    다음에 막걸리 들고 을때 황악신문 대표님과 함께하길 청원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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