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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 노거수 25] 어모 동좌리(麻存) 400살 느티님
  • 김서업 대표기자
  • 승인 2022.01.28 17:25
  • 댓글 1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님/황악신문

[김천=황악신문] 인간은 대체로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본다. 인간의 살아온 역사는 그 당시를 기준으로 보아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길을 봐도 그렇다. 예전의 길은 동리와 동리를 이어서 연결되어 있었다. 현대에 기계문명이 발달하고 나서 신작로가 생겼다.

자동차와 기차가 생기고 나서 과거의 길은 의미가 없어졌다. 장비가 발달해서 필요하면 다리를 건설하고 막히면 굴을 뚫으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의 길을 기준으로 과거를 보면 황당한 달나라 이야기가 되고 만다.

어모면 동좌리 마을 표지석/황악신문

몇 년 전만 해도 김천에서 상주는 좁은 도로를 굽이굽이 거쳐서 가야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가면서 어모의 산기슭에 봄이면 피는 복사꽃과 도화의 아름다움, 희고도 힌 자두꽃과 배꽃이 산에 가득한 광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신작로가 생겨 풍경을 볼 여유조차 없다.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는 저 멀리 사라졌다.

김천시내에서 어모로 가는 길을 따라 어모면 사무소를 지나 모티를 돌면 좌측에 큰 돌비석이 서 있는 동네가 있다.

바로 麻存里다. 옆에는 길쭉하게 생긴 어마어마한 비석이 이곳이 벽진이씨 처사공파의 세거지임을 알리고 있다.

이 동네는 마(麻)를 많이 재배해 동네 이름이 마지미에서 마존(麻存)으로 바뀌었다. 1620년 광해군 시절 벽진 이씨 23세손인 이뢰가 양천하로에서 배산임수의 명당인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님/황악신문

동네 입구에 차를 세우고 동네의 느티님을 찾아 나섰다. 마침 마음씨 좋은 어른에게 동네 끝까지 올라가면 나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약 5분을 올라가니 김천에서 본 나무중에 우뚝한 느티님이 두팔을 벌려 반겨주었다.

나무 뒤쪽 언덕엔 김천에서 상주로 새로 난 신작로가 있었다. 수 십번을 지나다녔을텐데 고깃덩어리 눈에는 이 거룩하기조차 한 나무님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님/황악신문

수피가 나무에 붙어있는 것이 특이했다.

팔을 벌려 춤에 빠진 藝人의 모습이 이럴 것이다.

한쪽 팔은 내려오고 한쪽 팔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몸을 돌려 휘감는 승무를 추는 여승과 닮아있다.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님/황악신문

한참을 뵙고 나무와 소통했다.

항상 나무님을 뵐 때면 두 손을 뻗어 나무님과 기운을 교류한다.

아직 마음의 때가 많아 나무가 전하는 수 백년의 얘기를 다 들을 수는 없다.

몇 조각의 희미한 片鱗들과 속삭이는 바람의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님/황악신문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몇 번을 뒤돌아 보았다.

건물위로 보이는 느티의 얼굴이 맑은 하늘 호수에 담겨 있다.

잠시 내려와 동네 주민에게 들으니

이 나무는 쌍둥이였나 보다.

아니면 부부였던지!

옆에 똑 같은 나무가 한 그루 더 있었는데

불이 붙어서 지난해 죽었다고 한다.

말 못하는 나무지만 400년을 함께 살아온 짝을 잃은 느티님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그래서 오늘도 저렇게 팔을 벌려 먼저 간  넋을 위로하는 춤판을 벌이고 있나보다.

남은 느티님이라도 건강하셔야 할텐데...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님/황악신문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은 그만큼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느티님에게 치명적인 불이 번지지 않도록 잡목과 풀들을 걷어줘야 하는데

내가 이 동네에 와서 살 수도 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이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막걸리 한 병 사들고 와서 부어주며 만수무강을 비는 것 외에 없다.

인간들은 나무에게 받기만 하고 주는 것에 인색하다.

나무는 無爲를 몸소 실천하기에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인간은 無爲를 그리워하지만 有爲에 거한다.

오로지 마음만 무위에 머무는 것이다.

어모 마존리 400살 느티님/황악신문

나는 어떠한가?

무위에도 속하지 못하고 유위에도 능하지 못하다.

다만 속세에 살면서 無爲를 그리워 할 뿐이다.

다시 태어나면  나무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못다 한 無爲를 인간과 세상의 미물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진저`...

#김천의 노거수 #동좌리 400살 느티님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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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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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윤 2022-03-30 16:44:23

    어모 동좌리
    먼 집안사람들이 산다는 그동네
    400년 느티나무가 있네요~
    잘보고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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