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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 노거수 20] 덕곡동 호동마을 400살 패구나무(팽나무)님
  • 김서업 대표기자
  • 승인 2022.01.0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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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김천=황악신문] 예전 김천시(지좌동)와 금릉군(농소면) 경계에 호리병을 닮은 한 마을이 있었다.

그 동네 아이들은 농소국민학교(초등)까지 먼 길을 걸어 다녔다. 겨울이면 찬바람을 피해 호호 손을 불며 신작로 아래 뚝방길을 찾아 걸었다. 낙엽 속에서 100원짜리 지폐 하나를 줍는 날은 대박을 친 운수좋은 날이었다.

그러다 1983년  마을은 농소면에서 지좌동으로 편입됐다. 지금은 지좌동에 속한 덕곡동 가운데 호동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이 마을에 400년 된 팽나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한 11월 중순 이 마을을 찾았다.

물어서 호동 마을회관에 차를 세웠다. 마을회관 앞에는 인상좋은 한 노인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어르신에게 오래된 나무가 있는지 여쭤봤다. 마을회관에서 조금 내려가면 있다고 했다.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말대로 마을회관에서 100미터 정도 걸어내려가니 눈이 부실정도로 대단한 패구나무가 서 있었다.

일제 강점기인 1919년 조선총독부는 ‘조선노거수명목지’를 발간해 신목,당산목,호안목,정자목,명목등 7가지로 분류했다.

현대의 학자들은 노거수를 신목,당산목,동목,정자목,명목,피서목,기형목,풍치목,희귀목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방재목,비보목을 더하기도 한다.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하지만 나에게 나무는 세 가지로 다가온다. 경이로운 나무, 대화가 통하는 나무,아름다운 나무다.

경이로운 나무는 신목이나 당산목처럼 그 자체로 신령스러운 나무다. 대화가 통하는 나무는 서로 기운이 교류되는 나무다.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나무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나무는 사랑스러운 나무다.

호동의 400살 팽나무는 대화가 통하는 나무다. 이 팽나무는 수피(樹皮)가 아주 아름답다. 이끼가 나무에 싱싱하게 살아있다.

이 나무는 사람을 알아본다. 자신을 찾아온 이를 위해 잎사귀로 환영해주는 나무다. 김천의 많은 나무를 만났지만 직접 환영해주는 나무는 처음이다.

나무아래서 눈처럼 쏟아지는 잎사귀 세례를 맞아 보시라. 

짜릿하고 환상적인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 나무는 한그루처럼 보이지만 세 그루가 자라서 붙은 모습이기도 하다. 뒤쪽에서 보면 두 그루로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 아이들이 북적일 때 놀이터로 시끄러웠을 나무밑엔 다 떨어진 그네와 콘크리트 조각, 비닐하우스용 철근이 널부려져 있다.

돌보는이 없이 방치된 모습이 안쓰럽다. 인간은 나무의 혜택을 받으면서 갚을줄을 모른다.

오래된 이 나무할배의 가슴은 조금 괘씸하지 않을까?
 

새해 첫날 문득 이 나무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잎새를 다 떨군 나무는 우람하고 품위있게 그 자리에 있었다.

저 멀리에는 시청과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한참을 어루만지며 안부를 나누고 돌아섰다.

김천시 호동마을 400살 팽나무님/황악신문

神木이나 堂山木처럼 신령스럽지는 않지만 품위있고 단정하고, 당당한 모습이 김천의 名木이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잘 생겼다. 지금까지 김천의 여러 팽나무를 보았지만 가장 멋진 나무다.

돌아서면서 두 손 모아 인사를 드렸다. 봄이 오면 다시 찾아 뵐 것이다
 

마을회관 앞에서 햇볕을 쬐든 인상 좋은 노인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 길어야 100년이다. 400년을 살고서도 너무나 싱싱한 패구나무의 생명력이 새삼 존경스러운 새해아침이다.

#황악신문 #호동400살 팽나무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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