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손전화를 켠다. 날씨 앱을 터치한다. ‘미세먼지’를 누른다. 빨간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매우나쁨’ ‘실외 활동을 자제하세요!’

그 밑에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오존/이산화질소/일산화탄소/아황산가스’ 등의 농도가 숫자로 적혀있고, 다시 ‘좋음/보통/나쁨/매우나쁨’의 등급으로 구분하여 표시하고 있다.

이 글을 쓸 당시 필자의 폰(phone)에 나타난 상황이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미세먼지 농도 평가기준이다. 공기가 매우 나쁘다는데, 어떻게 하누? 마스크를 써야 하나? 갑갑한 느낌, 짜증. 마스크 쓴 사람은 없네... 두눈박이 세상 속에 외눈박이가 되는 느낌... 답답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냥 외출하려하면 뒤꼭지에 한마디 붙는다.

‘마스크 쓰고 나가세요!’

아침에 깨면 제일 먼저 손전화를 켜고, 날씨 앱을 눌러 공기질이 어떤가 알아본다. 블루라이트 스크린필터를 설치하였지만, 눈이 부셔서 비스듬히 옆으로 본다. ‘나쁨’/‘외출할 때 마스크를 꼭 챙기세요!/노인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세요!/장시간 바깥 활동을 자제하세요!’ 올해 늦가을부터 겨울로 가는 지금까지 단지 며칠을 제외하고는 늘 ‘나쁨’ 이상의 나쁨이다. 정말 왜 이러냐.

옆지기가 무릎수술 후 움직임이 불편한 탓에 도와준답시고, 매일 아침 청소를 하는데,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할까 말까 매일 망설인다. 옥상에 빨래 널기가 왠지 찝찝하다. 옥상에 올라가 먼 산을 바라보며 공기의 질을 나름대로 측정해보는데 이력이 났다. 이제는 공기질이 나쁘면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었다. 미세먼지는 일반 먼지와 달리 코나 기관지를 그대로 통과하여 신체에 축적되는데, 호흡기와 폐, 피부와 눈에 무척 좋지 않다. 또한 허파꽈리를 침투하여 혈관으로도 들어가 각종 폐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22년 까지 7조가 넘는 돈을 들여 국내 미세먼지를 30% 감축시킬 과제를 정했다고 한다. 작년 5월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기질’ 부분에서 100점 만점에 45.51을 받아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최하위권인 173위를 차지했다.

이제 어디에서도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맛보기 힘든 세상이다. ‘국민의 폐가 공기청정기인가?’ ‘매우나쁨’이면 지진 때처럼 해당지역 주민에게 즉시 ‘긴급경고문자’를 보내야 한다. 모든 날씨 앱과 공공전자게시판에 의무적으로 미세먼지 주의보를 삽입해야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로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대처방법을 일깨워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폐해가 남의 일이 아니다.

먼지의 대부분은 인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이제 ‘산좋고 물좋은 금수강산’은 옛날이야기이고 어딜 가나 먼지투성이다. 앞으로는 청정공기를 사야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면 산업구조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싶다.

문을 꼭꼭 닫으면 안전할까? 천만에! 실내먼지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문을 여닫으며 출입할 때, 이불을 펴고 갤 때, 옷을 입고 벗을 때... 특히 양말과 속옷, 그리고 잠옷 등을 벗어 털어보라! 그 속에는 세제 가루비누 먼지도 함께 날린다. 그리고 음식 조리할 때 발생하는 가스와 음식 냄새 등등은 어쩌누... 가만히 보라. 매일 닦아도 소리 없이 쌓이는 실내먼지를...

이뿐인가. 의식주 곳곳에 생명건강을 해치는 화학물질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정수기를 통한 물만 먹고, 텃밭에서 손수 가꾼 먹거리를 먹고자 한다. 천연 화장품, 비누, 치약 등을 찾는다. 얼마 전에 일부 정수장 수돗물과 먹는 샘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도 보았다. 인간의 욕심이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시쳇말로 ‘산업적폐(積弊)’다.

청정한 물과 땅과 공기는 생명건강을 위한 필수요건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사랑하고, 함께 지켜야할 과제다. 이는 우리가 본디 하나의 운명공동체임을 끊임없이 일깨우고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교훈을 함께 배워가고 있는 시대다. 참으로 뼈아픈 대가를 치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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