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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고개와 나벌들 ...상사병에 걸려 죽은 공주와 장수천 샘물을 먹고 장군이 된 아이"김천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첫 번째 여행 ” [감문국 이야기 10]
  •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 승인 2021.07.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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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대광동 묘광지의 蓮

#묘광지 (妙光池)에 연꽃 피다.

장마가 잠시 그치고 반짝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감문국 공주와 사로(신라)총각의 슬픈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애인고개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김천시청에서 공단을 가로질러 감문면으로 향하는 길이 만나는 곳에 연못이 하나 있다, 대광동 묘광마을 앞에 있는 묘광지(妙光池)다. 조선시대 죽산 전씨 문중에서 주도해  만들었다.

김천의 죽산 전씨는 조선 중종 때 익산향교 교수를 지낸 익산공의 손자 13세 전몽봉이 임진왜란 때 익산에서 김천시 대광동 묘광마을로 이거해 정착하면서 김천의 세거지가 형성되었다.

1978년에 간행된 『죽산 전씨 세보』 의하면 김천 지역의 죽산 전씨는 2010년 현재 50가구에 100여 명의 후손이 김천시 대광동 묘광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불룩한 옹이를 가득 품에 안은 수 백살은 된 듯한 물버들 숲이 장관이다. 나무에는 이끼가 덮여 신비롭다.

연못에는 연꽃이 피기 시작했다.

데크로 깔린 연못을 거닐면서 심호흡을 했다. 곧 시공을 초월해 아득한 삼한시대의 사랑얘기가 담긴 장소를 답사하기 전에 머리를 비워둬야 한다. 시간과 공간속에 녹아있는 그 슬픈 사랑 얘기의 미세한 파편들을  가슴으로 느끼려면 말이다.

묘광동과 개령면 경계를 이루는  애인고개

#애인고개 

애인고개(愛人고개)는 대광동 묘광과 개령면 신룡리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지금의 주유소 자리라고 알려져 있는데 고개라고 하기엔 너무 밋밋하다.

차라리 신룡초등학교 앞의 도로가  높진 않지만 더 굴곡이 있어 고개답다. 2000여년 전 고개가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깍이고 발길에 많이 낮아졌을 것이다.

1800여 년전 개령 동부리를 근거로 김천지역을 지배하던 감문국의 공주와, 진한의 소국들을 통합하며 감문을 정벌하러 온 사로(후일 신라)의 총각이 사랑에 빠져  공주가 상사병에 걸려 이 고개에서 죽었다고 전해진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전쟁의 와중에 궁궐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 고개에서 만나 사랑을 속삭이던 공주와 신라총각의 비밀 데이트는 궁에서 이 소식을 알게 되고 그들의 만남을 막자 공주가 궁을 뛰쳐나와 이 고개에서 총각을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 

애인고개가 끝나갈 무렵 자리한 신룡성당을 지나 우측으로 돌아가면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인 성당묘지가 있다. 대형 십자가와 성모상이 죽은 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인간은 죽어서 공평하게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지만 묘지는 살아있을 때의 신분을 나타내는 듯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거대한 비석과 큰 봉분 그리고 대비되는 이름조차 없는 작은 무덤들,,,

無에서 나와 無로 돌아가는 인간에게 사는동안  많은 것을 제공해준 자연에게 다시 虛로 돌아가는데 그 어떤 장식이 필요할까?

성당묘지의 성모상

애인고개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다 굶어죽은 감문국 공주와 사로(신라)의 강한 군사들과 싸우다 전멸한 감문국의 병사와 백성들의 영혼은 성모도 예수도 부처도 이 땅에 들어오기 전인데  누구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을지...


#나벌들과 장수천

공원묘지를 나와 감문방향으로 조금 가면 오른쪽에 곰네기라 쓰인 동네 돌 표지판을 만난다.

곰내기란 지명은 마을 뒷산인 광덕산이 곰의 머리를 내밀고 있는 형상이라 곰내미라 부르다 곰내기로 바뀐 것이다.

곰내기(熊洛)인데 동네 표지판은 왜 곰네기일까?

곰웅 熊이 지명에 쓰인 것은 어모면의 능치.능점과 함께 곰을 숭배하는 토템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동네는 원래 상신,중신,하신이 있었는데 하신 마을은 일찍 동네가 없어졌다.

하신 마을에 장수천(將帥泉)이란 샘이 있었는데 감문국 시절 나씨 성을 가진 아이가 장수천 물을 먹고 자라 장군이 되어 큰 공을 세우자 이를 경계한 사로(신라)가 마을을 폐동(廢洞)시켰다.

큰 공을 세운 나씨장군의 마을 앞 들판을 나벌들이라 불렀다.

상신.중신 마을이 합쳐지고 오룡동과 합쳐져 신룡리가 되었다.

나벌들의 포도 비닐하우스

나벌들은 지금 온통 포도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로 변했다.

처음 들어가는 사람은 비닐하우스 迷路에서 헤매야 한다.

비닐 하우스 가득한 나벌들에서 만난 85세의 노인은 "친구가 다섯명이 있었는데 혼자 남았다"고 했다.

그는 옛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장수천은 덮여져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신의 폐동도 증언했다.

장수천 샘물이  복원되는 날 위대한 인물이 다시 태어나 못다이룬 감문국의 영화를 꽃피워 줄수 있을까?

나벌들 비닐하우스에 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나벌들의 포도비닐하우스에는 포도가 한참 익어가고 있다. 각양각색의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김천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청포도인 샤인머스캣이 국내 최초로 재배되기 시작한 곳이다. 지금도 가장 많은 샤인머스캣이 재배되고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애인고개의 사랑이야기는 슬프지만 포도는 달달하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천년이 두 번 지나도 고개는 말이 없다.

사람이 다니던 오솔길은 점차 넓어져 수레가 다니고

수레가 다니던 길은 이제 차가 다닌다.

고개는 말이 없지만 고개에 묻힌 애달픈 사랑의 傳說은 여전히 살아있다.

1800년 전 감문국의 공주는 만나기로 약속한 고개에서 사로(신라)의 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빗내 장터에서 우연히 만나 연당과 감천변을 거닐며 그동안 사랑을 키워온 사이다.

하지만 불온한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가만두지 않았다.

사로(신라)는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고, 마한의 세력과 맞닿은 감문을 정벌해야만 했다.

나라가 다르고 거리가 멀어 자주 보진 못하지만 마지막 헤어지기 전 이 고개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사로(신라)는 군사를 일으켜 감천 너머 아포국에 진을 쳤다.

며칠 내로 감천을 너머 감문국으로 쳐들어 올 기세다

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요, 사랑하는 이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전쟁이 벌어지면 사랑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

공주는 약속한 날이 다가올수록 애가 타기만 했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밝았다.

공주는 그와 만나기로 한 고개에서 아침부터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지만 끝내 사랑하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라(사로)의 군사들은 마침내 감천을 건너 감문으로  쳐들어왔다. 감문국의 장수와 병사들은 속문산성으로 후퇴해 저항했지만 신라의 대군 앞에서 중과부적이었다. 군사 100여명과 저항하던 백성들은 모두 죽어 하늘의 별이되고 원한은 구름이 되었다. 후에 사람들은 속문산을 고쳐 백운산이라 불렀다.

나라는 하루아침에 사라졌지만 사랑하는 사로(신라)의 애인을 기다리던 공주는 포기할 수 없었다. 곡기를 끊은 채 기다리기를 십 여일 공주는 탈진해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망한 나라의 공주는 시신조차  제대로 거둬주는 이가 없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감문국은 사라져 신라의 속국이 되고, 왕족은 사라졌지만 백성들은 나라를 바꿔 다시 일상을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 평화가 찾아오자 공주의 애인이 다시 감문국을 찾아 왔다. 하지만 공주의 무덤조차 찾을 수 없었다.

공주의 애인은 공주가 기다리던 고개에 술을 따르고 공주의 영혼을 위로했다. 사로(신라)로 돌아가는 길에 가까운 언덕 옆 공주의 어머니가 묻힌 장릉(장부인릉)에 들러 예를 갖추고 香을 피워 명복을 빌었다.

감천의 나루터에서 연당의 물오른 푸른 버들을 보며 공주와의 달콤한 시간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솟아오르는 슬픔을 입술로 누르며 배에 올랐다.

배는 감천을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미끄러져 향한다.

아름다운 감천변의 들꽃들이 공주의 웃음을 보는 듯하다.

“잘 있으라. 감천의 이름 모를 꽃들이여, 공주는 갔지만 꽃들의 노래 속에 우리의 사랑은 영원히 살아있을 터”

공주의 애인인 신라(사로)의 총각은 멀어지는 감문 땅을 바라보며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소리 없는 눈물을 강물에 보탰다.
 

#감문국의 마차여행을 꿈꾸며...

개령 동부리에 조성이 끝나가고 있는 감문국 이야기나라에서 마차를 운행한다면 1시간이면 장부인릉과 애인고개, 나벌 ,금효왕릉, 빗내전수관 등 감문국의 유적을 돌아 볼 수 있다. 

시간을 조금 더 늘이면 문무리의 고인돌 유적지와 배시내에서 맛있는 불고기를 즐기는  반나절 코스도 가능하다.

더 시간을 투자하면 속문산성,고소산성을 등산하는 하루짜리 코스도 충분하다.

1박2일이면 빗내농악이 부활한 선산 무을의 수다사와 부항댐의 절경과 짚라인도 경험할 수 있다,

 

자문 

문재원 (향토사학자,前국사편찬위원회 김천사료조사위원) ,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이갑희(경북 향토사연구회 회장역임,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국학진흥원자문위원)

 

참고문헌

김천시사(김천시)

김천의 발굴유적(김천문화원)

조상의 얼찾아(문재원)

금릉빗내농악 (민속원)

대구.경북 청동기시대 문화(삼한문화재연구원)

김천의 마을과 전설(김천문화원)

디지털김천문화대전

옛 상주를 담다(상주박물관)

김천의 발굴유적(김천문화원)

감문국개령지(우준식)

경상북도 문화재지표조사보고서

김천역사의 뿌리 감문국 

『김천의 금석문』(김천문화원, 1997) 등

#김천시 #감문국 #애인고개

 

 

영남스토리텔링연구원  ksu3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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