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물린 날이면 잠자리 들기도 이른 것 같고

밤마실 가기도 뭣한 것 같아 원창들 수문께 물구경 갑니다.

어두운 밤 하늘엔 약속인 듯 하나 둘 티밥같은 별들이 뜨고

땅거미 짙은 어둠 속으론 굴뚝 새 몇 마리 서둘러 날아 갑니다.

서툰 뜀박질 연습하듯 달려온 바람의 다발 미쳐 잡아둘 겨를도 없이

성긴 발걸음 재촉하며 원창들 오래 걷다보면 멀리 잉노들 너머

달려온 서울 행 발 새마을열차 제 맘 훤히 불 밝혀 둔 채 밤길 잘도 짚어 갑니다.

아,막힌 가슴 풀어내듯 서둘러 도착한 감천강 어귀 제 맘 콸콸 쏟아내는 수문께 물소리

날 깜깜해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그 풍금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온 몸

짓누르던 가위진 슬픔도 단번에 사라지고 영영 버릴 수 없을 것같은 그대 티눈같은

아픔도 이제는 하나 둘 놓아줘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대여,오늘같이 바람 불고 별 총총한 밤엔 우리 함께 손잡고 원창들 수문께 물구경

가지 않으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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