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업 (김천황악신문 편집장)

풀뿌리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6년이 되었다. 내년엔 다시 4년간 일할 주민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 이틀전에는 아파트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억대의 뒷돈을 받은 재건축 조합장과 전직 시의원이 경찰에 붙잡혔다.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건축 조합장 59살 A 씨와 전 마산시의원 62살 B 씨를 구속했다.전직 시의원 B 씨는 시공사 측이 "조합장에게 전달해달라"며 건네받은 비자금 1억3천만 원을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다수의 시의원들은 전문성을 겸비하고 시민의 대표로써 청렴성과 성실성을 무기로 주민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있다.하지만 심심찮게 시의원들의 비리는 뉴스를 장식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약 8년전 인근 도시에서 생활할 때 겪었던 일이다. 한참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고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었다. 2,00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경험한 일이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건축이 이루어지기전에 입주예정자 카페가 먼저 생긴다. 그 이후에 카페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그 아파트의 동대표가 된다. 카페지기가 동대표 회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각종 물품의 공동구매에서 뒷돈을 받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입주민에게 이익을 주는 좋은 분들도 많다. 내가 본 한 인물은 사채와 부동산으로 자본을 축적한 40대 후반의 인물이었다. 그는 대표회장이 되고 나서 하자보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시청과의 인맥을 활용해서 아파트에 새로운 통로를 뚫기도 했다. 아파트 도색도 하고 아파트의 이름도 바꿨다. 동네 청소와 자원봉사도 열심히 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니 주민들은 좋아했다.

명절이 되자 자신의 사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체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명절인사를 한다. 입주자대표회장이 자신의 사진을 크게 인쇄해서 게시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건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다른 욕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사람은 주위 아파트의 대표회장들을 모아서 연합회를 만들었다. 물론 그기서도 한자리를 맡았다.

일부 주민들이 수군거렸다. 다음 시의원에 나갈 거 같다면서 말이다. 나는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아파트 대표회장 중에는 소위 직업 동대표가 있다. 신규 아파트만 돌아다니면서 이권을 챙기고 메뚜기처럼 또 다른 아파트로 옮기는 사람들이다. 듣기로 그는 예전에 다른 아파트 동대표회장을 하면서 시와 수십억대의 소송을 벌인바 있고, 시의 대형 프로젝트에 부동산 알박기로 돈을 벌기도 했다. 파렴치한 전과가 있다고도 했다. 선거에 나가서 낙선한 경험도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열심히 해서 시의원에 당선되었고 건설위원장이라는 분과위원장도 맡았다. 들리는 말로는 시장에 출마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민에게 봉사하려는 기본적인 자세가 없고 전문지식과 행정경험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자신의 돈을 이용해 토호가 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도시의 중요한 직책을 맡아서 살림을 잘못 산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들의 몫이다. 특히 돈만을 쫒는 이들은 시의원이 되면 도시계획 개발정보를 빼내서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수개월 전 시의원의 직위를 이용해 대구에서 벌어진 사유지 도로 개설 압력으로 구속된 건도 마찬가지다.

김천 혁신도시에 산지 이제 1년이 지났다. 매일매일 발전하는 도시를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다. 오늘 갑자기 8년 전 생각이 난 것은 김천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중에 아파트는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일반주민들은 별 관심이 없지만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철저히 준비한다.

이제 성장기에 들어선 지방자치의 꽃인 시의원은 최소한 이런 정도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
첫째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다. 초기에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모였지만 이제 지방자치 30년이 되어간다. 특히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많은 인구가 유입된 율곡동은 경북의 야성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목소리만 크거나 확실한 직업도 없이 모 아파트 대표회장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선거에 나오는 넌센스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물론 능력있는 사람이 대표회장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선거를 위한 신분세탁이나 프로필용으로 가공된 자들은 아니라는 의미다.
둘째 파렴치한 전과를 가진 사람은 아니면 좋겠다. 전과도 종류가 있다. 전과 수십개를 단 사람도 대통령이 된 적이 있다. 그건 산업화 시대의 얘기이다. 여러개의 전과를 가지고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건 민주화 과정의 시위전력이라 이해된다. 하지만 강력범이나 성범죄자가 주민을 대표할 수는 없다.
셋째 확실한 출마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 대표회장,사드운동 경력,이미 배치되어 되돌릴 수 없는 막지도 못하는 사드를 막겠다는 말도 안되는 명분을 가지고 나와서는 안된다. 김천의 발전을 위한 확고한 비젼과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넷째 최소한의 소양과 인성을 갖춘이라야 한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이력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너무 가볍거나 말만 앞서거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가을이 깊어간다. 곧 겨울이 다가올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후보들의 몸부림은 더욱 커질 것이고 깜냥이 안 되는 저질의 후보들도 난립할 것이다. 내 아파트에 어떤 이익이 될 것인지, 우리아파트 대표회장이라서 이런 생각으로 시의원을 뽑는 일이 최소한 율곡동과 김천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어본다.인근 도시에서 8년 전에 겪은 수준이하 현직 시의원의 전철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천황악신문#시의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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