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사회
그는 더 아팠다
  • 김승재 취재국장
  • 승인 2020.06.15 02:24
  • 댓글 0

 

 

강샘 (프리랜서 기자.워싱턴 D.C거주)

참 착하고 단정해 보였다. 퇴근하기 위해 건물을 나왔을 때 미리 와서 기다리는 기사를 보면 시간 관리를 참 잘하는구나 싶어 흐뭇하다. 그가 그렇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썼지만 선한 눈빛 속에서 그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태도도 정중 했고 내 휠체어를 실어 주는 몸짓 하나하나도 남달랐다. 

이것저것 섬세한 도움으로 차 안에 내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우리 집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긴장된  업무에서 쌓인 피곤을 덜기 위해 눈을 붙였다.  눈물을 감고 있어도 매일 가는 길이어서 포토맥 강을 건너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강을 건너며 상념에 잠겼다.

이제 코로나가 심장까지 공격해 심장마비를 촉발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직은 정부의 지원으로 깊은 수령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미국에 닥칠 경제적인 충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이제 다가올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끊임없이 뇌리를 스쳐간다.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 다 이겨 가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사이에 차는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반쯤 자는 상태에서 피로를 풀고 눈을 뜨고 주변을 보았다. 워싱턴 디시를 지나 이제 우리 집 가까운 곳까지 와 있었다. 

내가 눈을 뜨길 기다린 모양이다. 그가 말을 시작한다. 

“몹시 괴로워요.” 백미러 안으로 보이는 눈은 정말로 슬퍼보였다. 

“저곳 이혼해요. 딸이 네 살인데…”. 

정신이 번쩍 든다. 내 불확실한 상념 같은 것들은 그의 확실히 닥치는 현실에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양육권 문제로 곧 법원에 가요.” 

 

이럴 수가. 이렇게 좋은 사람에게 이 무슨 날벼락인가.

“아내는 제가 돈을 많이 벌기를 원했어요. 그런데 저는 운전을 일주일에 60시간씩을 해도 다른 돈 나가는 것이 많아 아내에게 많은 돈을 줄 수가 없었어요.”

안다. 가히 살인적인 미국의 고지서들을. 60시간이 아니라 백 시간을 넘게 일해도 고지서들로 부터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을. 그러다 보면 아내에게, 혹은 자식들에게 넉넉한 돈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제 아내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어요.”

이런,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이런 착한 남자를 버리고 딴 남자를. 

“저는 그런 아내에게 옳지 않다고 딱 한 마디 말하고 입 닫고 있습니다. 요즘 우울증을 앓고 있어요.”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가. 우울증 걸리지 않으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아빠 오늘도 일 나가? 딸아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무너지는 것은 그래 마음뿐만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의 마음도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마스크로 코로나는 막고 있다. 그러나 삶이 주는  코로나 보다 더한 혹독한 아픔은 무엇으로 막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 코로나라는 블랙홀에 모든 것이 묻혀 버려서 몽땅 망각해 버렸지만 원래 사람은 코로나 못지않은 아픔들을 한 아름씩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게 삶이지.

 

#김천황악신문 #전문필진 #강샘

 

김승재 취재국장  apata77@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황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승재 취재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민선7기 2주년, 김충섭 김천시장의 시민과 함께한 담대한 변화를 돌아본다(기획취재)
민선7기 2주년, 김충섭 김천시장의 시민과 함께한 담대한 변화를 돌아본다(기획취재)
TK통합신공항 이달까지 공동후보지 신청 안하면 무산
TK통합신공항 이달까지 공동후보지 신청 안하면 무산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