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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천사 부부
  • 김서업 대표기자
  • 승인 2020.06.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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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샘 (프리랜서 기자.워싱턴 D.C거주)

휠체어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원래는 한번 충전시키면 3, 4일은 무난히 탈 수 있었는데 이제 2시간만 물고 다녀도 경고등이 들어온다.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조금만 더 몰고 다녀도 휠체어는 서버린다. 그렇게 되면 꼼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일하면서 충전을 시켜야 된다.

휠체어 배터리를 교체하면 좋겠지만 너무 낡았다고 교체를 거부한다. 새로 구입하려면 절차가 까다로워서 두세 달은 족히 걸린다. 하는 수 없이 중고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온라인 매점에서 마음에 드는 중고 제품이 하나 나와 있어 사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워싱턴 d.c.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다.

꺼림칙한 것이 많았다. 판매자의 이름도 명확히 올라와 있지 않고 온라인의 신상 정보도 하나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그럴 경우에는 보통 구입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몇 십 달러에도 강도를 당하는 데 그 큰 금액을 가지고 갔다가 총격을 받고 돈을 빼앗김과 동시에 목숨도 잃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주로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거래하지만 휠체어는 특성상 판매지의 집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나는 당장 구해야 되는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큰 위험을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찾아 나섰다. 

도심을 지나 휠체어 판매자가 거주하는 집에 가까워졌을 때 우범 지역 특유의 동네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오래 전 남가주에 거주할 때 특정 우범지역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종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아직 자택격리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그리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는 것을 보면서 위기감마저 느껴졌다. 구입을 포기하고 돌아가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차를 몰았다. 

그 지역 깊숙이 자리에 있는 주택 단지에 들어서니 가기는 딴 세상이었다. 건물들도 깨끗하고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들도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한 고급 차량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다소 마음이 놓였다. 

아기 둘을 가진 젊은 엄마가 우리를 반긴다. 천사. 얼굴 표정이나 말하는 것이나 그 표현만큼 정확한 것도 없을 것 같다. 흰제복의 천사. 

병원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이성인 나를 대하는 것도 거침이 없다. 내 휠체어에서 새 휠체어로 자기가 나를 옮겨 주겠단다. 거절할 겨를도 없이 달려들어 나를 꽉 껴안고는 번쩍 들어올린다. 세상에, 여자가 무거운 나를. 부부 사이에만 가능할 밀접한 접촉인데도 민망하거나 이상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천사와 껴안으면 그런가보다.

새 휠체어에 앉아 조절하는데도 내가 조금만 불편한 눈치를 보이면 정말 귀신같이 알아 체고 달려들어 도와준다.

외간 남자에게 온갖 정성을 다 보이는데도 남편의 눈에는 질투의 빛이 없다. 아내 옆에서 보조를 해 주면서 제대로 못 한다고 핀잔을 받으면서도 얼굴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점검을 끝내고 이제 돈을 지불해야 될 시간이다.

"이 휠체어가 당신에게 소중하게 사용되어졌으면 좋겠어요. 이 거래는 돈에 관한 거래가 아닙니다"

그가 원래 가격에서 100달러를 낮춰 받았다.

부끄러웠다. 이런 사람들을 의심 했다니.

피부색 검은 부부 천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느낌은 단순한 고마움을 넘어선 감동 그 자체였다. 

돌아올 때 우범지역에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아까와 똑같은 사람들인데도 사람들이 달라져 있었다.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연민의 대상으로. 어서 저들이 저 혹독한 가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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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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