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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침묵
  • 이민아 기자
  • 승인 2020.04.2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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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샘 (프리랜서 기자.워싱턴 D.C거주)

어네스트 코테자가 베토벤에 헌정한 ‘베토벤의 침묵’을 흘려 놓았다. 단조롭게 아르페지오만 계속되는 단순한 곡인데도 더 할 수 없이 깊이 빠져 들고 있다. 아직 남아 있었네. 나이 60대 중반 쯤 되면 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그 감상이 아직도 살아있었네. 아직 울지는 않았다.

묘한 매력이 있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흐름인데도 가끔씩 오르내리는 피아노 선율에 놀이동산에서 급상승과 급낙하시 가질 수 있는 짜릿함을 주고 있다.

코로나, 왕관이라는 뜻을 가진 바이러스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좋은 왕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혹한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정말로 무자비하게 세상을 짓뭉개고 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고 무섭게 태울 듯 한 열로 사람들의 몸을 지지고 맛과 냄새를 빼앗아 가고 몸에 극심한 통증을 주고 심지어는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목을 조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살벌한 협박으로 사람마다 공포에 질리게 만들어 버렸다. 대포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공포를 조성한다면 그럴싸하다고나 하겠다. 원폭 터지는 것처럼 굉음이라도 울리면 실감이라도 나겠다. 그러나 이건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지극히 작은 것들이 거대한 무기보다 더 큰 파괴력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사나운 이를 드러내고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처참하게 쓰러뜨리는 데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갇혔다. 집이 감옥이 되어버렸다. 감옥은 타의에 의해 갇히지만 집에 갇힌 것은 공포 때문에 스스로 가두어 버린 것이다. 교인이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연인끼리 만나지를 못하고 있다. 친구끼리 정담을 나누며 값 비싸지 않은 찻집을 찾던 것도 이제는 꿈속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함께 일도 못하고 공부도 못한다. 이게 불과 두 달도 되지 않는 사이에 벌어진 천지가 뒤집어 질 정도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가끔씩 지인들과 통화하고 식사 시간에 가족끼리 만나 서로 위로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어떻게 되어 질지 앞이 깜깜한 것처럼 이 사태로 인해 우리의 감금 생활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어떻게 변해 갈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 혼돈 가운데 베토벤의 침묵을 들으며 격정어린 안온을 느낀다. 가족이나 주변 지인, 혹은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가 10배 이상은 줄어든 것 같은 데 베토벤의 침묵은 또 얼마나 더 침묵하라고 물결처럼 오르내리는 아르페지오는 가끔씩 숨 돌리는 멈춤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짧은 멜로디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자꾸만 자꾸만 마음을 후비는지.

유튜브에서 계속해서 같은 곡을 재생하다가 멈추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아주 밝은 곡으로. 한번 쯤 믿어 볼까? 이 질긴 놈도 언젠가 갈 때 되면 갈 거라고. 베토벤의 침묵이 끝나고 쇼팽의 봄의 왈츠로 이어지는 것처럼...

 

#김천황악신문 #강샘 #전문필진

 

이민아 기자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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