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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의 변신은 무죄
  • 김재승 취재국장
  • 승인 2020.04.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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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원(NH농협은행 신설동지점장)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은행에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ATM(automated teller machine)이다. 1990년 7월 조흥은행이 일본에서 대당 8천만원에 수입한 이후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은행이 영업을 마친 밤에 돈을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다. 지금이야 한물간 서비스이지만 그 시절에는 지금의 간편송금 앱이나 다양한 핀테크 기술에 뒤지지 않을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1997년 신입행원이던 필자 사무실에 ATM이 설치되면서 겪은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어렵사리 ATM에서 돈을 찾으신 할머니께서 "더운데 기계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고생 많다"라고 하시던 말씀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ATM 이용률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담당자를 지정해 몇 시간동안 입출금을 되풀이 했던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ATM의 도입은 은행업무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 입출금업무를 하는 직원을 줄여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었고, 24시간 현금을 찾을 수 있게 된 고객들의 지갑에서 현금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한국사회의 밤문화가 성행하게 된 원인을 ATM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금융회사의 업무스타일을 '비대면 거래'로 전환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30년 전 ‘첨단 금융서비스의 상징’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ATM의 위상이 2015년을 전후로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ATM 수는 총 3만7673개로 1년 전(3만9980개)보다 5.8%(2307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평균 6.3개의 ATM이 감소한 것이다. 은행들이 ATM을 줄이는 이유는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와 함께 ATM 이용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입출금·자금 이체 등 은행에서 이뤄진 금융 서비스 가운데 비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91.2%로 전년(90.0%)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반면, CD·ATM 거래 비율은 34.7%에서 30.2%로 4.5%포인트 축소됐다. 은행들이 해마다 점포 수를 줄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금융회사들에게 ATM은 없앨 수도 없고 비용 때문에 계속 운영하기도 부담스러운 '계륵'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핀테크에 기초한 혁신 금융서비스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만 같았던 ATM이 역설적으로 핀테크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삼성페이 출금서비스가 가능한 ATM,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전환해 출금할 수 있는 ATM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ATM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입출금 기능만 가진 ATM을 대신해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텔러머신(STM)이 비대면영업에 활용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도 지난 2월 17일 첫 번째 스마트브랜치를 오픈하고 디지털존에 고기능자동화기기(NH-STM)를 도입했다. 고객이 대기 시간 없이 통장·체크카드 신규, 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발급, 각종 신고 등 30여 개 창구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점에는 아쉽게도 입출금 기능만 가진 ATM이 6대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때문인지 이용객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변신이 필요해 보인다. '고비용 저효율'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ATM이 핀테크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들 앞에 나타날지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고객에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한 ATM의 변신이라면 당연히 무죄가 아닐까?

#김천황악신문 #전문필진 #김주원

 

 

김재승 취재국장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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