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웃음 꽃’을 활짝 피우자

김주원(NH농협은행 신설동지점장,금감원 금융교육 전문강사)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등 웃음과 관련된 속담이 유난히 많은 것은 웃음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의 뇌가 ‘진짜웃음’과 ‘가짜웃음’을 구별하지 못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억지로라도 거울 앞에서 웃음을 지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짜웃음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감정노동자’이다. 정말 그들에게도 ‘가짜웃음’이 행복할까?

몇년 전 “서비스직인데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 일할 때 웃어라”하며 은행창구에서 소란을 피운 진상고객이 있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구류 5일에 유치명령 5일을 선고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조건 친절한 서비스만을 요구한 고객의 태도가 문제였다.

‘감정노동’은 미국의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 사용한 말로, 고객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혹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하여 자신의 감정을 고무하거나 억제함으로써 ‘공적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몸짓을 관리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구로 콜센터 직원들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에 해당한다.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작년 10월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가 백화점, 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19년 감정노동 및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여성 61.7%, 남성 56.8%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위험집단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응답자의 약 80%가 “직장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겪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점에도 9명의 감정노동자들이 매일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객들의 말 한 마디에 울고 웃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은행법 제52조의4에서는 이들을 ‘고객응대직원’이라고 부른다. 2016년 7월 30일 시행된 은행법에 따라 각 은행에서는 다양한 감정노동자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도 중식시간 보장과 상시 고충처리기구 설치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지금 응대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 여러분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객장에 부착하고 있다. 감정노동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고객을 응대할 경우,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제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상대방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웃음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다”라고 한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웃음은 고객과 응대직원 모두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꼭 필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웃음을 강요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가짜웃음’은 상대방의 마음 한 켠에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하루하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몇 달째 지속되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희망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웃음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우리 모두의 얼굴에 ‘진짜웃음 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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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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