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용/경북도문화융성위원회 위원

구미시는 조선시대에 선산과 인동, 두 고을이 합쳐져 이뤄진 도시이다. 문향의 두 고을에는 백성을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긴 고을수령이 있다. 선산부사 김종직(金宗直)과 인동부사 김응조(金應祖)이며, 두 수령은 취임 후에 백성을 위한 좋은 글을 남겼다. 김종직은 선산지도지(善山地圖誌), 김응조는 찰미당기(察眉堂記)를 불후의 명작으로 지금도 고문(古文)을 공부하는 학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좋은 글을 구미시민에게 그 뜻을 알리기 위해 선산읍사무소와 인동동사무소 정원에 유적비를 세웠으면 한다. 수령으로서 백성을 위한, 백성을 위해 행정을 펼치기 위한 굳은 마음을 표현한 글이다.

선산읍사무소 세울 선산지도지란 글은 ‘여지(輿地)에 그림이 있는 것은 옛날부터 있어 온 것이다. 천하에는 천하의 그림이 있고, 일국(一國)에는 일국의 그림이 있으며, 일읍(一邑)에는 일읍의 그림이 있는 것인데, 읍도(邑圖)가 수령에게는 매우 절실한 것이다. 대체로 그 산천의 동서남북의 길이와 호구의 많고 적음과 개간한 토지의 남고 모자람과 도리(道里)의 멀고 가까움을 여기에서 상고해 백성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데 있어 조용조(租庸調)를 균평하게 매겨 받아서 관가를 받들게 하는 것이니, 어찌 이것을 하찮게 여길 수 있겠는가.

선산의 땅은 강의 동서쪽을 걸터앉아 있어 종횡(縱橫)으로 따져보면 거의 백여 리가 되고, 크고 작은 방촌(坊村)으로 호칭된 것들이 모두 50여 개나 되므로, 신라이후 대대로 대읍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답이 날로 개척되고 인구가 날로 번성해져서, 매년 재부(財賦)의 숫자가 상주, 성주와 서로 맞먹고 있다. 그러므로 수령된 사람이 만일 잘 헤아리고 단속하지 못하면, 호강한 종족(宗族)이나 교활한 아전들에게 속고 숨김을 당하지 않을 자가 적을 것이니, 백성들의 피해를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나 김종직은 선산사람이지만 고향을 떠난 지가 오래됐다. 그런데 1476년(성종 7)에 승핍(承乏)으로 선산부사가 되어 외람되이 이민(吏民)들을 다스리게 됐으니, 부귀(富貴)해 고향에 돌아간 영광이 나의 분수에 이미 넘치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생각을 거듭한 결과, 고향 부로(父老)들의 소망에 보답하는 것은 오직 부역(賦役)을 균평하게 하는 데에 있었고, 부역을 균평하게 하는 것은 오직 부적(簿籍)을 밝히는 데에 있으므로, 부적을 이미 대략 밝히었다. 그리고는 또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명해 그 산천과 마을과 창해와 원역을 한 폭(幅)에 모두 그리게 하고, 호구, 간전(墾田), 도리의 숫자 또한 각 마을 밑에다 기록하게 했다.

그리하여 도표가 다 이루어지자, 이를 황당(黃堂)의 벽에 붙여 놓게 하고 보니, 한 고을의 봉역(封域)이 환하게 모두 안중(眼中)에 들어왔다. 앞으로는 매양 세금을 매겨 거두거나, 인력을 징발할 적마다 먼저 그 부적을 상고하고 다음으로 이 도표를 상고해 백성들의 생활 형편을 아울러 재량한다면 거의 우리 백성들은 일분이나마 은혜를 입게 되고, 호강한 종족이나 교활한 아전들은 그 사이에 부정한 짓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찌 감히 이것을 영구한 규정으로야 삼을 수 있겠는가. 1477년(성종 8) 가을 9월에 선산부사 김종직은 기록한다’라고 썼다.

또 인동동사무소에 세울 찰미당기는 ‘사람의 눈썹은 기쁘면 펴지고 성나면 찌푸려진다. 기쁨도 무상하고 노여움 역시 무상하니 폈다가 찌푸리고 찌푸렸다가 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찌푸림은 진실로 펴짐의 징조이다. 나 김응조는 인동부사로 부임한 이듬해 공관(公館) 동쪽에 관아의 건물을 이건하고, 남은 재목으로 그 남쪽에 당(堂)을 지으니 그 형세가 고을에서 가장 높았다. 서쪽은 낙동강을 끌어안고 금오산과 마주해 지세가 높고 넓어 즐길 만하니 어찌 좋은 경개에 나의 당을 이름 지을 것이 없겠는가?

나는 성격은 답답하고 재주는 졸렬하여 정치를 행함에 있어 토속(土俗)에 어두웠다. 여러 백성들이 관부에 오는데, 어른이나 아이 노소 할 것 없이 그들의 눈썹을 보니 모두 찌푸려 있고 마을에 있는 자들의 경우도 알 만하였기에 나의 당 이름을 찰미(察眉)라고 하였으니 대개 실상을 기록한 것이다. 시험 삼아 일찍이 당에 올라 살펴보니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성내는 자도 있고, 계획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성내는 자도 있고, 간혹 무거운 세금에 대해 성내는 자도 있고, 간혹 번다한 부역을 성내는 자도 있고, 형벌을 시행함에 이르러 그 지나침을 성내는 자도 있으며, 송사를 판결하자 그 잘못을 성내는 자도 있었다.

아! 백성이 나에게 성내며 눈썹을 찌푸리는 것은 진실로 그 단서가 하나가 아니며, 이러한 지경에 이른 원인이 마음에서 비롯됐다라고 말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병은 갑자기 약을 쓴다고 해서 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비록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해 그들의 눈썹을 펴 주고 싶지만 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사물이 편함과 편하지 않음, 성함과 쇠함은 무궁한 시대까지 이어지니 오늘 찌푸린 것이 나중에 펴지지 않을 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이미 백성들의 눈썹을 찌푸리게 했으니 반드시 펴게 할 자도 있을 것이기에 기문(記文)을 써서 훗날의 군자에게 알리노라. 1641년(인조 19)에 인동부사 김응조는 쓴다’라는 글이다.

선산과 인동에 대표적인 목민관이므로 구미시민의 긍지를 높이고, 앞으로 구미에서 시민을 위한 목민관이 많이 배출되도록 유적비를 세워서 길이길이 보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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