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NH농협은행 신설동지점장,금감원 인증 금융교육 전문강사)

얼마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고객님 한분이 인터넷을 통해 대출금리 인하를 요청했다. 본인의 연소득이 20%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이유다. 검토 후 고객님의 요구가 타당해 그 다음날 바로 대출금리를 낮춰 드렸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한 결과다. 2018년 12월 11일 개정된 은행법 제30조의2에 따르면 재산이 증가하거나 신용평가등급이 상승한 대출고객은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2002년부터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였으나 활용이 미미하다가 법제화 및 소비자 권리의식이 커지면서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금리인하요구권이 적용되는 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가계 및 기업대출 상품이다. 신용등급별 대출금리가 차등 적용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제자금대출 등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은행법시행령 제18조의4에 따르면 개인은 취업, 승진, 재산증가 또는 신용평가등급 상승 등 신용상태의 개선이 나타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행사할 수 있고 개인이 아닌 자(개인사업자 포함)는 재무상태 개선 또는 신용평가등급 상승 등이 있는 경우에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은행 등 금융회사가 고객의 요구로 대출금리를 인하한 건수는 약 17만1천건으로 연간 4700억원의 이자가 절감되었다. 평균 0.99%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개인은 신용상태가 오르거나(47.5%) 우수고객에 선정된 경우(12.2%)에, 법인은 담보를 제공(28.2%)하거나 재무상태가 개선(14.1%)된 경우에 주로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물론,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인하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신용상태가 금리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신용상태의 개선이 경미하여 금리 재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를 고려하여 은행이 수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은행은 금리인하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이내에 해당 요구의 수용 여부 및 그 사유를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지난해 은행권의 평균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은 47.3% 수준이다. 매년 금리인하요구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제도를 모르는 고객이 많은 것 같다. 은행법 제30조의2제2항에서 은행으로 하여금 대출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도록 한 이유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는 객장과 대출 상담직원 창구에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특히, 대출상품설명서에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내용을 기재하고 채무자로 하여금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를 직접 자필로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규 약정시 뿐만 아니라 기한연장, 조건변경 등 고객과 대출약정을 체결하는 모든 경우에 알려야 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이 고객에게 부여된 권리라면 은행 임직원에게는 일종의 의무다. 따라서, 은행 임직원이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이라면 누구나 금리를 낮추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활용해 보자. 지난해 11월 26일부터 모바일, 인터넷뱅킹, 콜센터 등을 통한 접수도 가능해진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잠시 짬을 내 얼마든지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연봉이 오르고 승진을 했다면 기분 좋은 일이다. 거기다가 금리인하요권을 행사해 대출금리까지 낮아진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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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승 취재국장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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