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우(김천황악신문 편집고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저문다. 겨울이 깊어간다.

모두가 한치 앞이 어둡다. 혼돈 속이다. 특히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셈법은 도대체 오리무중이다. 일 년 내내 국회 밖으로만 나돌던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러 사연으로 저마다 바쁘다. 각 정당간의 계산은 어떻게 합치를 이룰까? 민초(民草)들은 어디로 가나...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문득 두 가지 일화(逸話)가 생각나서 옮겨본다.

첫째는 사마광(司馬光:1019-1086)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어울려 놀다가 물이 있는 큰 독에 한 아이가 빠졌다.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자, 깜짝 놀란 주위 사람들이 아이를 끌어올릴 도구를 찾느라 동분서주하였다. 그때 사마광이 얼른 돌을 주어 독을 쳐 깨뜨렸다. 독이 깨지자 물이 쏟아지고 아이는 살아났다.

둘째는 원숭이 잡는 방법이다. 아프리카에서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한다.

야자열매의 속을 파내고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만큼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원숭이 기호식품을 넣어둔다. 호기심 많은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구경을 하다가 사람이 물러가면 얼른 내려와 무엇이 들었는지 살펴보고, 힘들게 손을 넣어 그 식품을 잡는다. 그 식품을 잡으면 손 모양이 당연히 주먹이 된다. 주먹을 쥔 채로는 그 좁은 구멍으로 손이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아주 손쉽게 원숭이를 잡는단다.

사마광의 이야기는 보는 자의 시각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다. ‘독을 깨졌지만 아이는 살아났다’는 시각과 ‘아이는 살아났지만 독이 깨졌다’는 시각이다. 아이의 생명이 먼저냐, 독의 가치가 먼저냐의 문제다. 혹자는 사마광의 기발하고 기민한 응급조치에 중심을 둘 수도 있겠다.

원숭이 이야기는 호기심과 작은 먹이 때문에 자유를 잃는 모습이다. 조그만 이득을 포기하지 못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우화(寓話) 같은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포기했으면 자유를 얻었을텐데, 놓지 못했기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위 두 이야기가 시사하는 또 하나의 관점은, 어느 순간에 무엇인가를 결정해야만 한다는 점에 있다. 위 이야기들은 결과가 이미 드러나 있기에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위와 같은 처지를 당하여, 어떤 결과를 예상치 못한 채,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도 있으리라. 그래서 결과가 드러난 후, 웃게 되거나 웃을 수도 있으리라.

올해 초에 계획하신 일들이 한 해가 저무는 지금은 어떠하신지...

그리고 내년의 계획은 어떠하신지...

이제 동지(冬至)다.
옆지기가 팥을 물에 놓고 불리고 있다는 귀뜸이다. 집안 구석구석에 팥죽 한 그릇 씩 떠놓고, 내년 한 해의 살림살이와 건강과 행복을 위해 두 손을 모을 것이다. 나라와 국민들도 모두 평안하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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