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샘 (프리랜서 기자.워싱턴 D.C거주)

미국은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할 수가 없는 나라이다. 아내 없이는 살아도 차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대중 교통이 발달하지를 못했다는 얘기도 된다. 버스를 타려면 4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고 갈아타는 것도 쉽지를 않아서 대부분 이용을 하지를 않는다. 택시 요금은 엄청나게 비싸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탈 엄두를 못 낸다.

대중 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석유 업자들의 횡포가 큰 몫을 차지한다.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아무래도 휘발유를 파는데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중 교통 수단의 발달을 막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처럼 아파트 안에 상가가 형성 되있거나 주택 근처에 상점들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우표딱지 하나만 사러 나가려 해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가용은 미국 생활에 있어서 필수품인 것이다.

거리를 달리고 있는 차의 모양도 가지가지다. 차의 종류만도 천여 가지라고 한다. 마치 장난감처럼 작은 차에서부터 버스만큼이나 긴 리무진, 번쩍번쩍 빛나는 호화로운 차에서부터 겨우 엔진과 바퀴만 남아있는 것 같은 아주 낡은 차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차가 거리를 질주해 댄다.

미국에서는 차가 사치품이라기 보다는 ‘발’이라는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다. 그래서 차가 낡으면 팔아치운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웬만큼 구르기만 하면 버리지 않고 사용을 하는 것이다.

전에 내가 살던 아파트 매니저는 20년 된 폭스바겐을 몰고 다닌다. 갖다버리고 새로 사라고 하면 잘 굴러다니는데 뭐하러 새차를 사느냐고 오히려 우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어떤 이웃은 30만원도 안 나갈 털털거리는 차가 고장이 났는데 견적을 뽑아보니까 천 오 백 불이 나왔다. 고치는 값이면 그보다 훨씬 좋은 차를 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차를 고쳤다. 그런 미련한 짓이 어디 있느냐고 충고를 해줘도 들은 척 만 척이다. 부서졌다고 홀랑 팔아치우려는 우리의 사고 방식이 오히려 그에게는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이웃해 살고 있는 한국인이 보더니 저렇게 미련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찬다. 그 친구는 그 이후로도 또 다른 고장이 나서 사백여만원을 날렸다. 그래도 우리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친구들이니까.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동차 박사들이다. 차고에 웬만한 연장들은 다 갖춰 놓고 잔 고장들은 스스로 고친다. 처음 미국에 와서 길을 지나다가 밖으로 드러난 주차장 선반에 엄청나게 많이 쌓여져 있는 연장이며 부속품들을 보고는 자동차 정비소인 줄로 착각을 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동차 정비를 배우다 보니까 웬만한 고장은 집에서 고칠 수가 있는 것이다.

차를 구입할 때도 우리처럼 새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중고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차를 살 경우에는 가격도 비쌀 뿐 아니라 보험료도 비싸고 세금도 비싸기 때문에 중고차를 선호한다.

한국에서 보다 이곳이 중고차를 더 선호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자동차의 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자동차 자체는 한국산 보다 잘 만드는 것 같지 않다. 몇 년이 지나면 부서져 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한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고차의 가격은 무척 싼 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 승용차들이 소형 승용차에 비해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중고 캐딜락이 몇 백만원 안돼는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는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같으면 세금이 부담스러워 구하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일년에 몇 만원만 내면 되고(중고차인 경우) 누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보고를 하면 세금이 아예 없다. 그런 점을 이용해 자기가 산 차 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거짓 신고하고 세금을 안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형 승용차를 이용하기 쉬운 이유 중의 하나는 휘발유 값이 싸다는 것도 한몫 한다. 물론 작은 차에 비하면 4000 CC 정도 되는 차들은 무척 많은 휘발유를 소비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휘발유 가격 때문에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가정도 큰 승용차를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자동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이 많다. 길을 지나다 보면 구르지도 않는 차를 정원에 세워 놓은 것을 가끔씩 볼 수가 있다. 어떤 것은 다 낡아서 고철 같이 생겼는데도 제법 좋아보이는 집 정원에 모셔놓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화려하게 차려 놓은 수영장 옆에 서있는 바퀴 빠진 차가 어색해 보여서 치워버리라고 했더니 차와 함께 한 좋은 추억들 때문에 버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조금만 흠집이 있어도 곁에 두기 싫어하는 우리의 습성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네들의 차를 통한 정신적 풍요가 부러웠다.

자동차를 아껴서 인지, 자동차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 미국이다. 비슷한 조건이면 가능하면 상대방 먼저 보낸다. 때로는 복잡한 도시에서 끼워주기 몹시 싫을 만한 상황인데도 싸인 만 보내면 일단 정지하고 상대편 차를 앞서 가도록 편의를 봐 준다. 신호등이 고장나면 네거리에서 일단 정지를 했다가 가로 지나는 차를 보내고 자기가 가는 식의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노스릿지 지진 당시, 그 엄청난 상황 가운데도 그 룰을 어기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운전자 스스로 질서를 지키기 때문에 이곳은 거리에서 교통정리하는 경찰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하나도 불편하지를 않은 것이다. 정말 부러운 것이 미국의 자동차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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