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NH농협은행 김천드림밸리지점장,금융감독원 인증 금융교육 전문강사)

매년 10월 마지막 화요일이 무슨 기념일인지 알고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10월 29일이 그날이다. 바로 ‘금융의 날’이다. 1964년 9월25일 제정된 ‘저축의 날’이 2016년부터 ‘금융의 날’로 재탄생했다. 저축의 시대가 저물고 투자의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양한 투자상품의 등장으로 여유자금을 운용할 기회도 늘었지만 그로 인한 불완전판매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들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온 DLS사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 제정안 5개도 국회에 제출된지 오래다. 지지부진하던 국회의 법안심사도 DLS사태를 계기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입법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종합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법 제정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금융회사로선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사전보호와 사후구제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회사 규제 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도 부담이다. 물론, 기회도 있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별로 차이가 있던 규제가 통일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 업무 패러다임을 ‘마케팅 중심’에서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바꾸면서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라는 자산을 얻을 수도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논의는 18대 국회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얼마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처리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시기의 문제이지 시행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이 위기일지 기회일지는 금융회사의 선택에 달렸다. 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보며 머뭇거린다면 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법 시행 전이라도 금융회사 스스로 판매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체계를 구축한다면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지난 10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5%에서 0.25%p 내려 1.25%로 정했다. 국민들은 역대 최저 금리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손실가능성을 알면서도 금융투자 상품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축의 날’이 ‘금융의 날’로 바뀐 것은 단순한 용어의 변경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DLS사태와 1.25% 기준금리 시기에 맞이하는 2019년 금융의 날이 몇일 남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모두 ‘금융의 날’이 주는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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