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업 (김천황악신문 편집인)

사드배치가 실질적으로 완료됐다. 임시배치란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다시 철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년 이상을 끌어온 김천의 사드반대운동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사드반대운동이 율곡동과 농소에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아온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숨길 수 없다. 사드가 배치되면서 김천은 새로운 환경에 놓여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가 가져온 시민들 간의 갈등과 불협화음은 차치하고서라도 김천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위기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을 비켜갈 수 없다. 지역의 국회의원은 3선의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공설운동장에서 물병을 맞으며 뭐라고 했던가? “시민 여러분,시민 여러분, 시민여러분이 OK할 때 사드를 배치하도록 하겠다.”라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유트브를 보면 된다. 이후 그는 빨리 사드를 배치하라고 줄곧 주장했다. 사드와 관련해서 그가 김천을 위해서 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자신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문제삼아 시민을 고소까지 한 대단한 사람이다. 지금 그는 경북의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김천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도의회 의장과 시장 도의원 시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성주는 지금 사드반대의 급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김천은 아직 제대로 된 건의조차 못하고 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사업들이 사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김천-거제간 남부내륙철도" 너무 오랫동안 울궈먹은 사업 아닌가? 김천-문경 간 철도복선화 ,추풍령 휴게소 고속도로 역사관이 사드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아직도 김천시는 일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고 있다. 소신 있는 정치인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심 있는 김천의 정치인들이라면 배낙호 시의회 의장처럼 그만 정치를 접어야 한다.

소위 시민단체의 투쟁 노선에도 문제가 많았다. 처음 사드의 직접 피해 당사자인 율곡동과 농소가 합쳐서 시민대책위를 만들었다. 그때는 순수한 생존권 투쟁이었다. 일부 과격 운동권과 좌파 단체,종교단체와 자질 부족의 정치인을 수혈한 것이 뼈에 사무치는 후회로 남는다. 그들은 과격투쟁과 이념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일반 시민들과 함께 하는 동력을 상실했다. 지금도 그들은 “양키고홈”과 “평화협정”을 떠들면서 시민들과 괴리되어 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더불어 민주당의 농간에 놀아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사드반대 집회에 대선후보와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해서 듣기 좋은 꽃노래를 불러댔지만 그때 뿐이었다. 결국 선거에 이용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지금의 사드반대운동가들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집회를 끌고 간다면 정치적 욕심과 여당의 야합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드반대의 구호선택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사드반대운동이 시작될 때 좌파들은 끊임없이 물었다.“한반도 사드배치반대”인가“ ”성주롯데cc배치 반대인가“? 자금의 부족과 인력의 부족함도 한몫 했지만 정말 어리석은 광대들이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떠벌이고, 관변단체까지 그기에 편승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고 말았다.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등으로 사드배치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성주처럼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사드배치의 행정구역만 성주이고 모든 피해는 김천이 받는 등신 같은 짓을 하고 만 것이다. 현재까지는 최소한 그렇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김천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부채의식과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에 사드가 배치되었지만 그 동안 국방부의 김천무시와 사드배치 이후의 대안등에 대해서 그 어떤 정치인,지자체 혹은 단체나 개인도 입장문 하나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어찌 제대로 된 도시라 하겠는가? 김천의 자존심은 깡그리 무너졌고 시민들의 정신적 충격도 심하다. 누가 이들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워줄 수 있을지....

이제 사드는 배치되었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북핵 위기앞에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국민들이 훨씬 더 많다. 이제 역전의 사드반대는 접어야 한다. 더 이상“양키고홈”“평화협정” 같은 비현실적인 구호들로 선량한 주민들과 연로한 부모님들을 볼모삼아선 안된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려는 정치적 꼼수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양키고홈”이나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싶으면 서로 이념이 맞는 활동가나 단체끼리 서울에 가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더 이상 불가능한 사드철회를 명분삼아 노인들을 전면에 세우지 말아야 한다. “양키고홈”“평화협정”을 외치기 전에 트럼프와 야합한 것처럼 사드배치에 불을 붙여준 김정은을 더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말이다.

생각은 비록 달랐지만 1년 이상을 풍찬노숙(風餐露宿)사드반대 운동을 해온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제 전업 사회운동가들을 제외한 시민들은 차분이 현실로 돌아와서 그동안 못다 한 가족들과 자신을 위한 시간들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만하면 충분히 노력했고 시민들도 알 것이다.

사드를 통해서 김천의 시민의식은 한층 더 고양되었고,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철저히 사안을 인식했으면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위기에 처한 김천을 누가 구해줄 것인가? 마치 이육사가 광야에서 노래한 초인을 기대하고픈 심정이다.

광야의 한 구절을 깊이 음미하고픈 아주 시큼씁쓸한 날이다.“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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