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우 (김천황악신문 편집고문)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 7월 초,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상당히 민감한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하여, 지난 2일에는 화이트 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내 한국을 배제한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였다. 이미 한국을 B급으로 강등하였고, 앞으로 3차, 4차... 수출규제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문 대통령은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일갈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강조,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을 천명하였다.

또한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다.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다”며, 기업과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자신감을 갖고 단합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른 한민족의 저력은 무엇인가?

나름대로 한국인의 시원과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정신적인 동력을 탐구해오던 필자로서는 현 상황이 의미하는 바를 되짚어 보고, 간략하게나마 우리의 핏속에 녹아 흐르는, 결코 지울 수 없는 DNA를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먼저, 나에게 일본은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다.

안타깝게도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우리의 역사는 과거 서토인(중국)의 영향 하에 있을 때부터 뒤틀리기 시작하였는데, 그들의 안목으로 정리된 우리의 역사를 마치 우리 자신의 것인 양 배웠고,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상고, 고대의 역사적 자취는 거의 완전히 멸절되었다.

일제는 그들만의 독립적인 역사를 조작하기 위해 한국과 연관된 모든 역사 흔적을 철저히 지워버렸다(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하면 필자에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1922년 새로 부임한 조선총독 사이토마코토(齋藤實)가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를 표방하면서 발표한 “조선에서의 교육 시책의 요결”이다.

“먼저,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일, 역사, 전통을 알지 못하게 하라. 그럼으로써 민족혼, 민족문화를 상실하게 하고 그들의 조상과 선인들의 무위, 무능, 악행을 들추어내, 그것을 과장하여 조선인 후손들에게 가르쳐라. 조선인 청소년들이 그들의 부조(父祖)들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여, 하나의 기풍으로 만들라. 그러면 조선인 청소년들이 자국의 모든 인물과 사적에 대하여 부정적인 지식을 얻게 될 것이며 반드시 실망과 허무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때 일본의 사적, 일본의 문화, 일본의 위대한 인물들을 소개하면 동화의 효과가 지대할 것이다. 이것이 제국일본이 조선인을 반일본인으로 만드는 요결인 것이다.”

이런 취지하에 일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자기들 멋대로 조작하면서 뒤틀기 시작하였고, 해방 후 그 잔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에 지금까지도 다양한 분야에 그 영향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정말 치가 떨리는 일이다.

일본이 한국을 상대할 때는 늘 이런 기조를 밑바탕에 두고서 치밀하게 계획되고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저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한국인의 역사와 정신의 맥을 단절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경제적인 통제의 이면에도 이러한 저들의 저의가 숨어있다고 본다.

만약의 저들의 의도대로 한국의 경제가 완전히 저들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찌 되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제 2의 ‘을사늑약’ 사태가 아니겠는가.

**이 글은 시리즈로 4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천황악신문 #강창우 편집고문#“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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