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在美 시인,소설가,수필가)

백무본씨의 처가족 살해 사건은 LA한인사회를 경악케 했었다. 백무본씨의 처남 이덕근씨가 소지하고 있던 녹음기에는 당시의 처절한 상황이 15분에 걸쳐 생생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욕설, 싸움, 총성, 신세한탄에서 마지막 자살의 총성까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다. 20여년전의 사건이지만 우리 한인 이민자들에게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성격을 안고 있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한인 타운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원인을 안고 있다. 제일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그의 성격 이상에 있다. 거기에 가정불화, 총기소지, 주벽, 자녀문제 등이 겹쳐 한인 사회는 물론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충격파를 던져 주고 있다.

성격 이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 한인 사회가 안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문제들에 성격이상만 겹치면 언제든지 이와 같은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경제 문제에만 치우쳐 다소 등한시되던 이러한 문제들을 제 2의 백무본 사건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짚어보고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총기 소지는 이번 사건을 최악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총기가 그에게 주어지지만 않았어도 단 시간에 그처럼 많은 인명이 살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무본 씨가 이민 오지 않고 총기 소지가 쉽지 않은 한국에 살았으면 문제는 이렇게 까지 심각하게는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민이 안겨준 또 하나의 극단적 비극의 한 예가 되는 것이다.

총기소지는 한인들에게는 더욱 위험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성격상 다혈질적인 면이 많다고 한다. 다혈질인 사람에게는 이성적인 사람에게 보다 총기는 몇 배나 더 위험한 물건임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총기에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짧은 위기만 넘기면 괜찮아질 수 있는 상황을 총기는 극단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이번 참극이 치밀한 계획보다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총기 소지 문제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띄게 되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에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화 지체 현상이다. 흔히들 20년 전에 한국을 떠나왔으면 그 때의 한국적 문화와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산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급격한 문화에 발 맞춰 앞서 가는 데, 이민자들은 주류 사회의 문화에 편승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화의 정체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의식이 많이 바뀌어 예전처럼 아버지가 가족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엄격한 아버지보다는 자상한 아버지로의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엄부자모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오히려 엄모자부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만큼 아버지가 자녀에게 가까워졌다. 오죽하면 간 큰 남자 시리즈라는, 예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유머들이 유행하겠는가. 가부장이라는 엄격한 틀을 짧은 시간 내에 벗어버린 우리 아버지들의 커다란 변화는 박수를 받아도 괜찮을 만큼 바람직한 일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친밀한 가족관계의 유지라는 면에서도 이바지한 바가 적지 않다. 고국의 아버지들은 딸아이의 속옷까지 부끄럼 없이 사다 줄만큼 변했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나를 비롯한 우리 아빠들은 얼마만큼 변해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물론 돈 없으면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되는, 이민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뛰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가족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자녀들이 좋아하는 음악 하나 정도는 알아두었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가게에 들려 CD한 장이라도 사다 주면, 아이들은 그것을 액셀에서 쏘나타로 바꾸어 타는 것보다 더 좋아할 지도 모른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자상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녀의 범죄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한다. 혹독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것보다는 차라리 편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의 마약 사용률이 낮다는 발표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통계인 것 같다.

타 언론에서도 지적했듯이, 사건이 이처럼 커진 이유 중 하나는 문제를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려는 데도 있다. 부부 사이이면 그의 성격이 과격하다는 것 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총기가 있었다는 것도 고려했어야 할 것이다. 폭행이 있어왔고 과격한 성격이 자주 노출되어 왔다면 당사자들보다는 전문가 혹은 그런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에 맡겼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걸핏하면 경찰을 부른다. 특히 부부 문제에 있어 힘의 열세에 있는 여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을 부르곤 한다. 이번의 문제에서도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폭행이 있었을 때 당연히 경찰을 불렀어야 했다.

어쨋든 타운을 발칵 뒤엎을 만큼 충격적인 그 사건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이민 사회의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해 보고 마음을 여며야 할 때 인 것 같다.

주요경력

1992년 미국 이민(미국 시민권자)

LA Harbor College 졸업 (2002)

동아일보 도깨비 뉴스 리포터(Part time)

국립국어원 통신원

UC Berkeley 사회학과 전공 (2004)

탐하킨 민주당 상원의원 인턴 (2004년 여름)

라디오코리아(미국) 인터넷 칼럼니스트 외.

-저서

시집『빈터』『이별 다음에』『너』『불꽃놀이』

장편소설『겨울 달이 허문 모래탑』『저울 위에 앉은 허수아비』

에세이『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어때요』

정보도서『베이비척척박사』외.

-수상경력

하버칼리지 최우등 졸업(편입과정 4.0/4.0)

윈첼 스칼러십(사회학과 학생 중 1년에 한 명 수상)

버클리 사회학과 장학생

골든 키 장학생

내셔널 장학생(미 대학 0.5% 안에 드는 학생에 수여)

인터내셔널 장학생

총영사관 장학생

중앙일보 장학생

한국일보 장학생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 우수 도서 선정(1992 문예진흥원 선정,

2009년 워싱턴문학상 가작) 외.

-대표작

불멸의 꽃

#김천황악신문 #강샘#전문필진

김천황악신문  webmaster@hwangaknews.com

<저작권자 © 김천황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