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생명존중을 위한 선언문’의 시작 부분이다. 국내에서 생명존중 의식이나 윤리와 관련된 선언문이 발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늘의 현대 사회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한다. 때론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바쁜 현대들의 일상은 행복, 존엄성, 존중, 배려, 어울림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소중한 가치들을 등한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현대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스트레스, 정신피로 등 신체 건강과는 다른 차원의 다양한 정신 건강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이런 사회 환경 속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 보인다. 바로 이러한 정신적 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에 발생한 권모군의 자살사건. 고작 만13세인 이 소년을 자살에 이르게 한 것은 같은 학교 친구들의 지속적이고 집요한 집단따돌림, 괴롭힘이었다. 권모군의 유서에 나오는 가해학생들의 가혹행위가 너무 잔인해 큰 사회적 공분을 샀던 기억이 난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은 강력하게 개정되었고, 학교 내 폭력사건에 대해 피해자 중심의 해결 방법,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의 내용을 담아냈다. 법 개정을 통해 학교 폭력문제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효과가 의미 있게 획기적이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한 유명연예인 자녀와 재벌총수의 손자가 연루된 학교 폭력 사건은 또 다른 측면의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바로 이 사건에 연루된 피해, 가해학생들이 모두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점이다.

현재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해 3학년은 학교폭력 실태 조사 대상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의해 발생된 위 사례는 초등학교 전 학년에 걸친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연구와 조사를 필요로 한다는 중요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다.

교육현장 안에서 모든 아동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현재 초등·중등·고등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학교 내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 “아동인권교육” 등을 더욱 실제적이고 체험적으로 활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또래집단에서 서열을 만들고, 괴롭히는 사람이 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되어 그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피해학생은 심각한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거나 극심할 경우 생명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 가해학생도 비뚤어진 소통 방법의 학습, 타인의 고통, 어려움에 대한 공감력 부족 등이 심화될 것이며, 부정적 자아상을 확정지어 장기적으로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힘들어 질 수 있다.

초등·중등·고등학교 시기에 생명존중, 존엄성에 대한 교육, 이야기를 지속적이고 빈번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 존중은 나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의 생명, 나의 가치, 나의 존엄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대우(존중)할 수 있게 된다면 친구, 부모, 교사 등 타인의 그것을 인정하고 대우(존중)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시기 친구들과 함께 교육받고, 존중에 대해 토론하고, 사례를 살펴보는 활동, 이것이 일상적인 습관으로 자리잡아가는 경험은 아동 개개인에게도 일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 모두를 행복한 미래 시민으로 잘 키워내는 길은 어쩌면 분명하다.

좋은 대학보다도, 좋은 직장보다도 먼저 생명존중, 존엄성을 이해하고 스스로가 그러한 존재라고 굳게 믿도록 하는 것, 또한 타인도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생명존중, 존엄성에 대한 교육,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쉼 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할 것이다. 이를 통한 생활 속 생명 존중 실천 활동이 자연스러운 습관, 건강한 사회 풍토로 자리잡을 때까지 말이다.

박주혜

감성스토리교육원 교육팀장/ 한국자살예방센터 대전충청지사 전문강사/ 인권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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