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 (김천시 정책자문위원)

6.25사변 이후 하루 세끼 밥만 제대로 먹어도 행복하다고 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요즘은 자신은 불행한 것 같다고 입에 달고 다닐까?

적어도 지금은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할 대한민국의 현실은 아니지 않는가?

교수들 몇 명이서 식사중 가벼운 토론 끝에 찾은 결론은 결국 상대적 빈곤감이 아닐까 하는 얘기였다. 연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접하는 타인의 화려한 삶에 비해 현실에서 자신의 삶은 너무 초라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고급스러운 고가 브랜드에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 그리고 수억원을 호가하는 자동차와 호화스러운 인테리어와 가전, 가구,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의류와 핸드백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게 만든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이라 했던가? 이동과 속도라는 자동차의 원래 목적과 부합하는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편안함과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갖다 붙인 허영심의 가격은 매우 비싸다. 아반테와 롤스로이스의 가격 차이처럼.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느 아파트 몇 평에 사는가를 가지고 부류를 나누고 서로 어울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부모님이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에 따라 다시 세부적으로 편을 나눈다고 한다.

자기 아이들이 뒤쳐지는게 싫은 부모는 빚을 내서 분에 넘치는 아파트와 차를 사고 이 때문에 금융기관에 막대한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 된다는 것을 ‘소비편승 효과’라 하는데 자본주의가 낳은 폐해이다.

‘소비편승 효과’란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을 얘기하는 것으로 무조건 남의 소비 성향을 쫓아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우리의 형편으론 이 정도의 집과 이 정도의 자동차면 충분한데 남들한테 뭔가 뒤쳐지기 싫어 더 넓은 평수의 집과 더 비싼 자동차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그 차이는 물론 금융기관의 대출을 이용해서.

금융기관의 대출은 분명 공짜가 아니다. 지금도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금융기관의 사무실의 그 비싼 임대료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과 금융기관의 막대한 운영수익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결국 우리의 허영심과 우리가 남에게 보여주기위해 사는 그 삶의 비용으로 그 많은 금융기관들이 생존하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해보지 않는가?

마라톤에서 완주의 비결은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인데 다른 주자를 신경쓰며 달리다보면 결국 페이스가 흔들려 완주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만큼 앞서 달려나가는 그들을 따라가려는 그 조급한 마음에서 우리의 행복은 흔들릴 수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계획하고, 자신의 능력에 맞춰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된 삶의 목적에 조금 더 부합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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