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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catharsis), 그리고 힐링(healing)
  • 김천황악신문
  • 승인 2018.12.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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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아직도 그날의 느낌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지난 토요일 12월 8일, 그날 겪은 독특한 경험을 일기(日記)로 남긴다.

오전에 옆지기가 주문한 절인 배추가 도착하였다. 약 20여 포기. 나이 탓인가. 이제 농협을 통해 절인 배추를 산다.점심을 마치려 하는데 딸네에서 전화가 왔다. 늦게 가면 자리를 잡을 수 없다면서 갈 준비가 됐냐는 것이다. 외손자, 외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의 가족예술제에 초대받은 것이다. 엉겁결에 약속을 해놓고 보니, 아뿔사! 절인 배추가 오는 날. 외손자가 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이니, 유치원 마지막 예술제라 가마고 한 것이 그만 날자가 겹쳤다.

공단 내에 있는 사회복지관. 시작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보니, 원생들과 부모들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근데 리모델링했다는 회관의 실내 온도가 상당히 낮았고, 좌석도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멘트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내복도 없이 홑껍데기 꼬까옷으로 갈아입고 천방지축으로 뛰어 놀고 있다. 감기 들지 않을랑가 싶어 안쓰러웠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자리가 모자라 복도에 서계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실내온도는 여전히 낮았다.

드디어 시작. 인사말씀과 축사에 이어 곧바로 ‘녹야가족예술제’가 시작되었다. 학년과 특기과정에 따라 150여명의 원아들이 연꽃반, 수련반, 사슴반, 보리수반, 반야반 등으로 나뉘어, 모두 18개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평소에 유치원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프로그램에 따라 원생들이 노래, 무용, 악기연주 등을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눈물이 샘솟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샘솟아 눈에 그득했다가 진정되는 듯하다가 다시 솟아나고...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이게 뭔 일이야? 무엇 때문인고? 필자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있는 중에도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옆지기에게 잠깐 언급하였더니, 즉시 눈물을 퍽 쏟으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렇구나! 옆지기에게도 뭔가가 있었구나. 필자는 눈을 감고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언제인가? 오래 전 모 사찰에서 100세 넘으신 노스님의 해맑고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마주했을 때, 그때도 이렇게 눈물이 솟아났었어.

돌아오니 6시경, 간단한 저녁식사 후, 옆지기와 늦더라도 오늘 김장을 끝내자는 데 합의하였다. 며칠에 걸쳐 준비해둔 양념을 비비고, 김장을 시작하였다. 포기 배추와 총각김치, 무말랭이, 깻잎 등을 차례로 만들었다. 필자도 긴 김장장갑을 끼고 장독에 옮기고, 포기를 나르고, 무를 씻고, 채 썰고, 갓도 썰어 넣고, 양념 비비고, 바르고, 독에 한포기 씩 담고... 거의 끝날 때쯤, 돼지고기를 불에 얹었다.

바닥을 닦고 양념 묻은 그릇들까지 모두 씻으니 12시가 넘은 시각, 갓 삶은 수육을 새로 담근 김치에 얹어 먹으면서 느긋하게 하루를 음미하였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피곤한 느낌은 없고, 기분 좋은 약간의 노곤함만 있다. 아마도 그 눈물 경험 때문에 기분 좋게 김장을 마친 게 아닐까?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날 나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눈물이 솟은 이유를 무어라 해야 할 지 마땅한 대답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정화(catharsis)’와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입가를 맴돌 뿐...

힐링센터 천부(天府) http://cafe.daum.net/1s3ssf

#김천황악신문 #정화와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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