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爲政者)들이여, 거울을 한번 쳐다 보자

이택용/경북도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새 정부가 들어오고 정치현실은 복잡하고, 무언가 후련한 기분이 들지 아니한다. 현재의 시점에서 위정자들은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쳐보자 어떠한 모습인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이행하고 있는지?

조선 중기의 문신인 현옹(玄翁) 신흠(申欽)선생은 『상촌고(象村稿)』 의 「현옹자찬(玄翁自贊)」이란 글에서 ‘나 자신이 현옹이라고 하자니 이는 빠지고 머리는 벗어지고 얼굴은 초췌하고 몸은 야위어 지난날의 현옹이 아니고, 현옹이 아니라고 하자니 진흙탕 속에서도 더러워지지 않고 곤경을 겪고 나서 더욱 막힘이 없어져 옛날의 현옹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현옹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현옹이라고 하는 것이 틀린 것인가? 내가 나를 잊고 살았지만 그래도 지난날의 나를 잃지 않았으니, 내가 이른바 옛날의 현옹이 아니라고 했다 해서 어찌 옛날의 현옹이 아니겠는가?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이고 만물은 한 마리의 말이다. 만물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흙(地), 물(水), 불(火), 바람(風)이 합쳐졌다 해도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아, 그대 현옹은 하늘의 이치에는 능하고 인간 세상에는 능하지 못한 자인가? 이렇게 된 것이 하늘의 뜻인가, 인간의 뜻인가? 나는 큰 조화 속으로 돌아가련다.’라고 말했다.

즉 사람들은 거울 속에서 많은 것을 본다. 얼굴에 드러난 세월의 흔적뿐 아니라 그 세월을 살아온 자신의 내면까지도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과연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변하는 것이 나일까, 변하지 않는 것이 나일까?’ 라는 말이다.

위 글의 뜻은 현옹선생이 52세에 거울을 보며 지은 것이다. 서문에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내 나이 52세, 쇠하긴 했어도 아주 늙은 것도 아닌데 법망에 걸린 지 벌써 5년이나 되었다. 사판(仕版)에서 삭제되고, 심리(審理)에 부쳐지고, 전리(田里)로 내쫓기고, 멀리 귀양을 왔으니, 한 가지 죄목에 네 가지 형률이 모두 더해진 것이다. 법망에 걸린 것으로도 모자라 또 중상모략까지 당하였다. 아, 그러니 무슨 수로 늙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울을 가져다 스스로를 비춰 보면 딴 사람 같아, 이로 인해 자찬(自贊)하니, 이는 실로 자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했다. 다시 말하면 정치적인 편견으로 유배의 고통을 말한 것이다.

현옹선생은 48세이던 1613년(광해군 5)에 계축옥사(癸丑獄事)가 일어나자, 선조로부터 영창대군(永昌大君) 보필을 부탁받은 유교칠신으로 지목되어 내쫓긴다. 그리고 그 후 다시 논죄되어 강원도 춘천으로 유배된다. 이이첨(李爾瞻)이 인목대비(仁穆大妃)의 부친 김제남(金悌男)을 무함하여 화수(禍首)로 몰아세울 때, 그 여파가 현옹선생에게 까지 미친 것이다.

현옹선생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던 이때 거울 속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세파를 견디느라 모습이 옛날과 많이도 달라졌구나. 그래도 진흙탕 속에서 물들지 않고 너를 지켰으니, 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라고. 그리고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키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천지 만물의 근원이 하나임을 알고 있으니,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는 여전히 삐걱거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찾을 것이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변화 속에서 함께 변하는 가짜 내가 아닌,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참 나를 말이다. 우주의 큰 조화 속에 나를 맡기리라.’ 라고 말이다.

지금 7월 임시국회가 여당과 야당의 정치지도자들의 당리당략(黨利黨略)으로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정당이란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단체라고 정의를 하지만, 정당은 국민을 위한 정당이므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야 존립하는 것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이란 예산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예산부족이나 특별한 사유로 인해 본예산을 변경해 다시 정한 예산을 말한다. 우리 헌법 제56조에 따라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가 추경안(追更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예산은 1회계연도의 수입과 지출을 계산해 정한 계획이며, 국가 예산의 경우 정부가 1년 단위로 편성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의결을 얻어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은 국민의 민생과 관련되는 예산이므로 국회가 처리하여 명실공이 정당이 국민을 위한 정당이 되길 바란다. 위정자들이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거울을 한번 처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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