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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약국 인수기
  • 김천황악신문
  • 승인 2017.08.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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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언니, 팔은 좀 어떠세요?”

“누구세요?”

“언니, 약국이예요”

“아~ 어쩐 일로...”

“팔이 좀 어떤가 해서 전화 드렸어요. 오늘은 오시지 않으셔서요”

“많이 좋아졌어. 대변도 잘보고, 전화까지 해주고...나도 한 번 더 가고 싶은데 가게 볼 사람이 없어서 갈 수가 없네.”

“네. 그럼 혹시 불편하시면 다시 오세요. 주말 잘 보내시구요. 지난번 말씀한 것처럼 잊지 말고 음식을 오래 씹어 드세요.”

 

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 한가한 틈을 타 동네가게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3일 전 팔이 아파 약국을 찾은 언니다. 위치를 살펴보니 대장경을 따라 통증이 심한 것으로 보였다. 대변의 상태를 물어보니 어쩐지 변이 시원치 않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든 좀 낫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언니의 부탁에 관련 경맥의 손가락과 발가락에 자석을 붙여주고, 3일분 약을 조제해줬다. 그 이후 언니의 소식이 없자, 차도가 궁금해 문득 수화기를 든 것이다. 은행 다녀오는 길에 일부러 불러 떠안기듯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주면서, 쑥스러운 듯 웃던 언니의 친절에 나도 뭔가의 작은 성의를 표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도시에서 30년 이상을 살던 내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작은 시골에서 약국을 운영하게 된지 두 달이 되어간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약국은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됐다. 반세기 전부터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을 하신, 나에게는 멘토이자 스승이고 아버지 같은 스승님이 갑자기 편찮으신 바람에 얼떨결에 운영하게 된 것 약국이다.

 

이 약국은 도시의 일반 약국과는 달리 시골 약국 그것도 워낙 유명했던 약국이라 팬(?)도 많았던 곳이다. 그래서 스승님의 그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스승님이 뿌려놓은 씨앗을 공짜로 거두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교되기 십상이어서 마음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칭칭 감고도 남을 것이라는 친구의 놀림을 빌리지 않더라도, 쓸데없이 길기만 한 내 가방끈이 이곳 생활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늘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시골에서의 생활은 여유와 정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준 언니나 국을 끓여다 주시는 아주머니, 자신은 너무 신 것은 먹을 수 없다며 갓 따온 포도를 가져다주시는 앞집 할머니, 상품 가치가 떨어진 과일을 먹어보라고 주시는 아저씨들… 도시생활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을 느낀다.

 

오늘도 난 진한 커피 내음을 맡으면서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좀 더 필요한 사람 그리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까 고민해본다. 내 하얀 가운에 새겨진 약사 김진연이란 내 이름에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김진연

1984년 김천성의여자고등학교졸업

1991년 동아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99년 경성대학교 약학과 졸업

2002년 동아대학교 교육학 석사학위 취득

2006년 COLLEAGUE OF PRACTICAL HOMEOPATHY CERTIFICATE 취득

2016년 경성대학교 약학박사학위 취득

 

 

김천황악신문  webmaster@hwang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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