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一用의 영적(靈的) Odyssey
죽부인(竹夫人)
  • 강창우 편집고문
  • 승인 2018.08.21 15:15
  • 댓글 0

     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올해만큼 더운 해가 있었던가? 올해만큼 더위가 이렇게 길게 이어진 적이 있었던가? 올해만큼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달아오른 때가 있었던가? 공식적으로 연일 기록갱신이었다. 서울시에서는 '폭염' 재난으로 규정하고 5대 취약계층을 위해 집중 케어에 들어갔었다. 가금류와 사람이 더위에 쓰러지고, 농산물이 타들어간다. 공공근로자들이 대낮에 일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잠시 조상들이 더운 여름을 지낸 지혜를 살핀다. 여기에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시 한편 중 일부를 소개한다.

나의 어깨와 다리를 괴어서 편히 해주고

나의 이불속에 들어와 친하게 되었네.

비록 남편을 공경하는 행위는 없으나

방안에서 나만을 모시는 요행을 가졌네.

다리가 없으니 남에게 도망갈 염려도 없고

말을 못하니 술잘 먹는 나를 충고도 못한다네.

搘我肩股穩 入我衾裯親 (지아견고온 입아금주친)

雖無擧案眉 幸作專房身 (수무거안미 행작전방신)

無脚奔相如 無言諫伯倫 (무각분상여 무언간백륜)

(* ‘거안미(擧案眉)’란 밥상을 눈썹높이로 든다는 거안제미(擧案齊眉)를 줄인 말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이르는 말이다.

* ‘상여(相如)’는 전한시대의 사마상여(司馬相如)다. 여기서는 과부 탁문군(卓文君)과 야반도주한 연정을 빗대어 노래하고 있다.

* 백륜(伯倫)은 진나라 유령(劉伶)의 자(字)로 죽림칠현 중의 한 사람이다. 술 을 차고 다니면서 삽을 든 사람을 따르게 하였는데, 술을 먹다 죽으면 곧 묻으라고 했다 한다. 여기서는 부인이 술을 먹지마라고 말린 것을 의미하고 있다.)

무엇을 노래한 것일까? 그렇다! 죽부인(竹夫人)이다. 서유구(徐有榘:1764 ~1845)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죽부인은 대나무를 엮어 만드는데, 형태는 연통과 같다. 안은 비어 있고, 바깥은 원형으로 반질반질하다. 여름에 이불 위에서 팔과 무릎을 쉬게 하는 까닭에 죽부인이라 한다.”라고 적고 있단다. 또한 한낱 대나무 공예품에 불과하지만, 옛날 한무제와 여름밤을 같이 보냈다는 이유로 ‘부인(夫人)’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고사도 있다.

 

그리고 고려말 사은(四隱)중의 한 분이신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의 아버지 가정(稼亭) 이곡(李穀:1298~1351)이 쓴 <죽부인전>이 있었는데, 당시 음란하고 타락한 상류층과 절개를 지키는 부인을 한탄한 내용이 담았다. 사실 대나무는 매화, 난초, 국화와 더불어 4군자(君子)중 하나로, 예의 바르고 올곧은 선비의 절개(節槪)나 지조있는 아낙네의 정절을 상징하지 않은가. 이러한 대나무의 상징성을 ‘부인(夫人)’에 접목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꼬집은 가전체 소설이다.

 

혹자는 말한다. 죽부인은 요란한 치장도 없고 성품이 온화하며, 애인이나 첩을 두어도 질투하지 않고, 언제라도 안을 수 있고 내쳐도 질투하지 않고, 여름이지나면 다소곳이 물러나 있다는 남정네들이 농(弄)섞인 말투다. 예전에는 사랑방에 한 두 개 쯤 두었단다. 그리고 이름이 ‘부인’이어서인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죽부인’도 함께 태웠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필자는 작년에 하나 마련하였지만 별로 익숙하지 않았는데, 올해 여름에는 필수품이 되었다. 옆지기와의 사이에 죽부인을 슬그머니 당겨 다리를 고여도, 옆지기는 무심하다. 시원하고, 온화하고, 언제든 안을 수 있다는 익살 그대로가 아닌가.

힐링센터 천부(天府) http://cafe.daum.net/1s3ssf

#김천황악신문 #죽부인

 

강창우 편집고문  1s3ssf@daum.net

<저작권자 © 김천황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창우 편집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한국도로공사 특혜의혹 또 터졌다
한국도로공사 특혜의혹 또 터졌다
김천시, 경북  전통시장 활성화 시.군 평가에서 최우수상 먹었다
김천시, 경북 전통시장 활성화 시.군 평가에서 최우수상 먹었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