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지난 3월 7일, 서울 국립박물관에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과 문화관광사업연구포럼(대표의원 손혜원)은 ‘정창원 소장 한반도 유물 – 정창원을 통해 밝혀지는 백제 통일신라의 비밀’이라는 주제 하에 한반도 유물에 대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정창원(正倉院)’은 일본 내에서도 접근금지구역이라 심포지엄 내내 만원이었다는 보도다.

‘정창원’은 8C에 지어진 일본 도다이사(東大寺)의 부속 건물로 당시 일본왕의 유물과 불교의식에 사용된 물건들, 그리고 불경과 고문서류 등 수천점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당시 삼국시대 우리나라로부터 건너간 사료들이 상당수 있어, 삼국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이들은 현재 일본의 궁내청에서 관리하고 있으면서, 그간 매년 한 번씩 나라국립박물관(奈良國立博物館)에서 부분적으로 전시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에게 현재의 일본 궁내청은, 일제 강점기 때 궁내성 도서료(圖書寮)(현재의 궁내청 서릉부(書陵部))에 근무하였던 남당 박창화(朴昌和.1889-1962)님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1933년부터 12년간 궁내성 도서료에서 조선전고(朝鮮典故) 사무촉탁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에서 건너온 고서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였다고 전한다.

그는 ‘일본 정창원, 궁내성 일왕실도서관, 동경대 비밀서고 등에 일본이 훔쳐간 우리 고사서들이 많다’고 증언한 바가 있다(1977년 10월 ‘역사스페셜’에서 남당을 가정교사로 모셨던 김준웅님의 증언: (사)한배달에서 발행한 계간지 한배달 40호에 증언녹취록이 실려 있고, 당시 그의 강의를 들은 제자로 김준호(서울대명예교수, 생물학)와 임양재(전 중앙대교수)가 있다). 그는 신라시대 김대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화랑세기>를 발견하고 필사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1910년 한일합방이후 조선총독부 초대총리였던 '데라우찌 마사타케(寺內 正毅)'는 1920년부터 약 1년 2개월 동안 제1차 전국 서적 색인 목록에서 '단군조선' 관련 고사서(古史書) 등 51종 20여만 권의 사서를 수거하여 불태웠다. 또한 한국의 상고사와 고대사를 말살하기 위해 세운 ‘조선사편수회’를 통해 1923년부터 15년 동안 차입한 사료가 무려 4,950여 종이라고 조선사편수회 사업개요에서 밝히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일본인 사학자 '하라타사카에루(原田榮)'는 그의 저서인 '역사와 현대(1981)'에서, 1923년 7월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찬위원회 '구로이다(黑板)' 고문은 대마도를 탐방하여 한국과 관계가 있는 문서가 대주구 번주(藩主) 종백작가(宗伯爵家)에 있는 것을 알고, 고문서류 66,469매, 고기록류 3,576책, 고지도 34매 등을 은폐하거나 소각하였고, 조선총독부 취조국 역시 수거한 사료 중 '단군조선' 등 한국사를 왜곡 편찬하는데 필요한 일부 서적만 남기고 모두 불태웠으며, 사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한반도는 물론이고, 대마도, 중국, 만주, 연해주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음은 1922년 12월 일제가 세운 ‘조선사편찬위원회(약칭:조선사편수회. 1938년까지 35권의 <조선사>를 편찬함)’의 취지 중 일부다.

‘한,일 합방이 된 마당에 조선인에게 그들의 역사를 읽게 한다면, 그들로 하여금 옛날을 생각하게 하여, 독립국 시대의 구몽(舊夢)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다. 하나 조선에는 자고로 사적이 많으며, 조선인은 예로부터 독서와 작문력이 있어 결코 문명인에 뒤떨어지지 않는다.....이러한 민족을 무지몽매의 영역에까지 억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제3대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는 1922년 발표한 ‘교육시책‘에서,

‘조선인들이 자신의 일, 역사, 전통을 알지 못하게 하라. 민족혼, 민족문화를 상실케 하고 그들의 조상과 선인들의 무위, 무능, 악행을 들추고, 과장해 조선인 후손들에게 가르쳐라. 조선인 청소년들이 그들의 부조(父祖)들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여, 하나의 기풍으로 만들어라...’라고 발표하였다.

350여 년 전, 북애노인이 편찬한 <규원사화>의 서문을 다시 읽는다.

‘조선의 근심 가운데 나라의 역사가 없는 것 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춘추>나 <강목>같은 것은 한(漢)나라 선비들이 자기들의 사상에 의거하여 정리한 생각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전과 사서는 누차의 병화를 거치며 흩어져 거의 없어졌다. 후세에 고루한 자들이 한나라 서적에 탐닉하여 헛되이 사대(事大)와 존화(尊華)만을 옳다고 여길 뿐, 먼저 근본을 세우고 이로서 우리나라를 빛낼 줄은 알지 못하니...’

우리나라의 ‘교육기본법(1997.12.13 법률 제5437호), 제2조(교육이념敎育理念)에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理念)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라고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애국가’에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홍익인간’과 ‘하느님’은 어디에 근거하였는가?

‘홍익인간’은 우리의 역사요, ‘하느님’은 우리의 정신이다.

일제의 만행의 의해 그나마 일부 남아있던, 우리의 상고사와 고대사는 거의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렇지만 남당 박창화님의 증언에 의하면, 일본은 비밀스런 서고 어딘가에 우리의 뿌리를 증명해줄 사서(史書)들이 비장(秘藏)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자주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손으로 쓴 우리의 역사는 어디에 있는가?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 상황’이라고 평가하였다. 한편 지난 3월 20일, 문성재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교수는 ‘북방사’ 학술대회에서 ‘조선 총독부가 편찬한 <조선사>에 대한 번역, 정밀해제 연구팀의 중간 연구결과를 분석하던 중 고구려의 살수가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고구려 시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 있었던 ‘살수’는 청천강이 아니라 중국 요녕성에 있는 ‘혼화’다’라고 밝혔다.

고려 학자 행촌(杏村) 이암(李嵒:1297-1364)은 <단군세기檀君世紀> 머리글에서 “나라는 사람에게 몸과 같고, 역사는 얼과 같다”고 하였다. 이번 교류와 연구를 계기로 우리의 뿌리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 우리는 일제의 만행을 알아야 하고, 그들의 의해 사라진 우리의 본래 살림살이를 바르게 복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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