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 IGCSE 국제교육 배기성 대표

*IB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칭입니다.*IGCSE는 International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의 약칭입니다.

나는 2007년 11월까지 한국에서 논술강사로 있었다. 그리고 태국방콕으로 건너가 국제학교 선생을 하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후, 2011년 6월에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논술학원에 나가게 되었다. 태국에 있었던 그 3년 동안 한국의 논술교육은 크게 바뀌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각급 고등학교의 방과 후 수업권을 따내기 위한 입찰경쟁이 치열해져 있었던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주는 상이라는 것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보고 난 뒤, 정말 잘 못 되어도 크게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의 공개입찰을 붙이면 수많은 학원이 응찰한다. 그중에서 한 학원이 선정된다고 치면, 그 학원이 선정되게끔 큰 힘을 써준 선생이 있다. 여기서 힘이란, 모든 형태의 지원책이나 압력을 의미한다. 학원은 논술수업을 진행한다. 정기적으로 논술대회를 열어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고 우수자에게 상을 수여한다. 그런데, 이 우수자 선정은 채점을 맡은 논술강사들에 의해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아까 말한 그 선생이 어느 반을 담당하고 있는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일부러 그 반을 찾아 우수자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전체 성적평균을 아주 좋게 만든다. 채점기준의 변별력과 공신력은 사라진다.

나는 이런 나쁜 짓이 고등학교 전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것을 그 학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련없이 그 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런 방식으로 채점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객관식 5지 선다형’으로 하나의 정답을 체킹하는 것만이 ‘시험’ 혹은 ‘평가’라고 주어졌으니 논술도 당연히 답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는 것이 한국인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그걸 드러내놓고 할 수는 없으니까, 애프터스쿨을 학원 쪽으로 돌리고, 거기다 대고 갑질하는 것이 학교 교사의 모습이었다.

학원들은 다음연도에도 이 학교에서의 방과후 학교 수업권을 따내야 하니, 해당 학교 교사가 시키지 않아도 소위 ‘알아서 긴다.’ 이런 교육행태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형이나 신문기자는 하나도 없었다. 이런 교육행태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교조 교사나 교육시민단체는 하나도 없었다. 항상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다가도 자신들의 세비, 즉 월급 올리는 안건에 대해서는 항상 번개처럼 합의 통과 해버리는 국회의원들처럼, 항상 첨예한 교육현장에서의 이념대립을 이어가다가도 사교육대책에 있어서만큼은 늘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갑질하는 형태는 교총이건 전교조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다. 말하기 어려운 교육계 일부의 매우 어두운 현실이다.

IB에서는 ‘논술’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나는 매우 곤란해진다. ‘논술?’ 한국식의 논술개념에만 익숙해 있는 사람들은 IB 식의 글쓰기 교육을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T(theory).O(of).K(knowledge)! 우리 식으로 발음하면 티오케이 다. 지식을 기반한 글쓰기, 그런데 그 글의 분량이 A4용지 8장 분량이다. 그것을 작성하는 데 2년의 시간을 준다. 그리고 해당 고교에서는 2년 동안, 글쓰기 훈련, 주제 잡기, 감성 터치하기, 참고도서 선정하기, 선정 도서 읽기 진도 체크, 작성중인 학생들을 위한 정기적인 카운슬링, 학부모 참여수업 및 카운슬링 진행 등, 우리 학교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과정을 베푼다. 그게 IB에서의 글쓰기 T(theory).O(of).K(knowledge) 이다. 고교 과정 IB DIPLOMA의 졸업논문 격이다. 학생 한명 한명의 글쓰기 수준이 곧 그 학교의 대입수준일 정도로 글 자체에 대한 채점 뿐 아니라, 2년간의 과정에 대한 평가까지 함께 반영된다. 이것이 IB교육과정의 공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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